국내 1위 건축용 철강 자재 제조업체 덕신하우징(회장 김명환·62). 7일 아침 수은주가 영하 13도까지 떨어졌지만 이 회사에 근무하는 최영복 차장(47)은 기분이 마냥 좋았다. 설을 맞아 기본급의 500%에 달하는 성과급을 8일 손에 쥐기 때문이다. 최 차장뿐만이 아니다. 이 회사 천안공장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 출신 아흐마드 안소리(26)의 얼굴에선 요즘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200%의 상여금으로 가족에게 줄 선물을 사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용돈을 보내드릴 수 있다는 설렘 때문이다. 안소리는 “한국에 온 후 여러 공장에서 일해봤지만 성과급을 주는 회사는 덕신하우징이 처음”이라며 좋아했다.

이 회사가 설을 맞아 220여명의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성과급은 총 10억원 정도로 지난해 연간 순이익의 약 15%에 달한다. 건설 경기 침체에도 목표를 달성한 데 따른 보상이다. 작년 실적은 매출 970억원, 영업이익 10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 250% 늘어났다. 김명환 회장은 성장 비결에 대해 “직원들이 매사 죽기 살기로 일한다”면서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많이 돌려주면 일도 더 잘한다”며 “업계 최고를 자부하는 납기 단축은 땅에서 저절로 솟아난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공사현장은 납기가 생명이다. 주문에서 시공까지 보통 18일 걸리는 납기를 경쟁사의 3분의 1(6일)로 단축한 덕분에 삼성 탕정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LG 파주 LCD 공장, 잠실 제2롯데월드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이 덕신하우징을 창업한 건 1979년. 건자재 업체에서 2년간 영업직원으로 일했지만 비전이 안 보여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회사가 돈을 잘 버는 거 같은데 만날 ‘어렵다’면서 월급은 쥐꼬리만큼 주더라고요.”

‘내 장사 하겠다’며 뛰쳐나왔지만 기다리는 건 고생뿐이었다고 떠올렸다. 무엇보다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로 경험이 일천한 데다 브랜드가 없어 큰 거래를 성사시키는 게 어려웠다. 밤낮 안 가리고 공사현장을 뛰어 다닌 덕분에 6개월 만에 월 매출 300만원을 넘어섰다. 김 회장은 이를 기념해 그때부터 지갑에 100달러짜리 33장을 갖고 다닌다. “당시 자본금이 300만원이었는데 항상 본전을 갖고 다닌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습관처럼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가 직원들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은 오는 8월 부부 동반으로 백두산 여행길에 나선다. 4억원 정도의 여행 경비를 회사가 전액 지원한다. 지난해까지는 필리핀 태국 제주도 등에서 송년회나 신년회를 열기도 했다.

김 회장은 “생산직은 돈을 벌어도 여행갈 시간이 없기 때문에 단체로 다 같이 떠난다”며 “번 돈을 계속 순환시켜야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