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성북역, 신수동 서강역 '닮은 상황-반대 결론'

지하철 1호선 성북역이 이달 25일 '광운대역'으로 이름표를 바꿔단다. 반면 지난해 12월 개통된 경의선 서강역은 '서강대역'으로 명칭을 변경해 달라는 민원을 모르쇠로 일관해 희비가 엇갈렸다.

성북역과 서강역(사진)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성북역은 성북구가 아닌 노원구에, 서강역은 서강동이 아닌 신수동에 위치했다. 인근에 인지도 있는 대학이 자리해 지역 주민들이 해당 대학 이름을 딴 역명으로 바꾸길 원하는 것도 공통점.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 '성북역→광운대역' 홍보 효과에 반색

13일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노원 갑)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최근 성북역 명칭을 광운대역으로 변경하는 안을 관보에 고시했다. 1963년부터 성북역이란 이름을 사용한 지 50년 만이다. 역 위치가 당시 성북구 관할이었으나 현재 노원구 관할로 바뀐 데 따른 것이다.

지역구 의원이자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인 이 의원은 "성북역은 노원구(월계동)에 있지만 성북구 소재로 잘못 아는 경우가 많았다" 며 "지역 주민들이 역명을 바꿔달라는 민원을 꾸준히 제기해 코레일과 협의해 역명 변경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지난해 12월26일 열린 역명심의위원회에서 역명 변경을 최종 의결했다. 코레일은 "인근에 위치한 대학(광운대)의 인지도가 높고 주민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레일과 지자체는 오랫동안 사용돼 이정표로 익숙한 역명은 가급적 바꾸지 않는다. 특히 대학명이 들어간 역명으로의 변경은 '불허' 원칙을 세워놓아 통과가 쉽지 않았다. 이번 케이스는 역이 속해 있는 행정구역상 위치를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PR 효과를 누리게 된 광운대는 환영 일색이다. 김용범 광운대 기획처장은 "역 이름과 지역 명칭이 일치하지 않고 주민 정서와도 괴리가 있었는데 원하던 방향으로 해결됐다" 며 "그간 눈에 잘 띄지 않던 학교가 대중에게 많이 노출될 수 있어 앞으로 홍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서강대역으로" 민원에도 '전봇대 행정'

서강역의 사정은 딴판이다. 서강역은 신수동에 있지만 이름만으로는 서강동 소재로 오해할 여지가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9월엔 신수동 주민과 광성중·고교생 등 3729명이, 12월엔 서강대생 1900명이 역명을 서강대역으로 바꿔 달라며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민원을 제기했다.

서강대 학생과 직원 등으로 구성된 '서강대역 대책위원회'는 "서강역이 신수동에 위치했지만 인근 서강동의 지명을 사용해 이용객들이 혼선을 빚을 수 있다" 며 "역과 50m 거리에 인지도 높은 서강대가 있으므로 역명을 서강대역으로 바꾸는 게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코레일 측은 변경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강' 지명이 100년 이상 통용돼 함부로 역명을 바꿀 수 없다는 것.

서강대 관계자는 "비슷한 상황인데 왜 성북역은 되고 서강역은 안 되느냐" 며 "기존 서강역을 이용하던 승객이 없어 명칭 변경 부담도 덜한데 무슨 명목으로 '전봇대 행정'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포구의회와 협의해 코레일에 정식으로 문제 제기하고, 정·관계 동문들과 연계해 계속 민원을 낼 생각"이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 입장에선 역명 표시가 인지도 상승으로 이어져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그는 "학교명을 인근 역 이름에 삽입하는 방안을 알아봤지만 쉽지 않았다" 며 "기존 역명 옆 괄호 안에 학교 이름이 함께 표기된 것 역시 대학들 노력의 산물"이라고 전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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