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3차 핵실험 도발에 대한 제재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안보리는 12일 오전(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열고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새로운 결의에 담길 적절한 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즉각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안보리 의장국 대표 자격으로 이날 언론 성명을 발표했다.

김 장관은 회의 뒤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그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했던 대북 결의의 제재 내용을 국제법 상 구속력이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 정부의 목표”라며 “우리가 의장국을 맡고 있는 이달 안에 결의 채택을 마무리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제재 실효성 높아질까

안보리는 그동안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강행할 때마다 곧바로 긴급회의를 열고 의장 명의의 언론 성명을 발표해왔다. 주로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선언적인 성격이 대부분이었다. 대북 제재의 구체적 형식과 내용은 이후 이사국 간의 협의를 통해 결정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언론 성명에서 대북 제재의 형식이 안보리 제재 중 가장 높은 단계인 ‘결의’가 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그만큼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내심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앞으로 논의될 제재의 내용이다. 안보리는 북한이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1993년부터 지난해 말 장거리 미사일 은하3호를 발사했을 때까지 총 다섯 번에 걸쳐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했다. 매번 제재 대상을 확대하는 등 수위도 높여왔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을 막는 데는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부는 그동안 결의가 회원국들에 제재에 참여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었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장관이 “구속력을 높이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한 건 이런 배경에서다. 따라서 ‘촉구한다’ ‘요구한다’ 등으로 돼있던 표현을 ‘결정한다’와 같은 의무 조항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단독 제재 나설까

하지만 표현을 강화한다고 실제로 안보리 제재의 실효성이 높아질지는 미지수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이 실시할 양자 차원의 단독 제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각국은 일단 안보리 제재를 논의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미국의 단독 제재와 관련해)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이는 필요한 경우 안보리 제재를 보완하는 성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서 북한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제재는 중국의 단독 제재다. 북한에 대한 식량 및 석유 지원을 중단하고 중국 내 북한 자산을 동결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중국은 북한 원유의 70~80%, 식량의 30~40%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의 체제 안정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단독 제재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만류해왔지만 핵실험 이후 외교부 성명을 통해 “(각 당사자가)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안보리 제재의 수위를 높이는 과정에서도 중국이 반드시 협조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