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불의 '굴욕'…30% 내려도 점유율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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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음료 시장 가격인하 경쟁
반값 마케팅 앞세운 롯데·해태·코카콜라에 밀려
반값 마케팅 앞세운 롯데·해태·코카콜라에 밀려
레드불은 전 세계 160여개국에서 해마다 5억캔(한 캔에 250㎖)씩 팔리는 글로벌 히트상품이다. 하지만 한국시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롯데칠성음료 ‘핫식스’(1000원)에 밀려 고전해왔다. 레드불코리아는 오스트리아 본사를 설득해 한국시장 판매가격을 이달 초 2900원에서 2000원으로 종전보다 31% 인하했다.
한국경제신문이 17일 메이저 편의점 두 곳의 올 1~2월 에너지음료 매출을 분석한 결과 레드불은 가격을 내린 이후 점유율이 기대했던 것과 달리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에너지음료는 70% 이상이 편의점에서 팔린다.
A편의점에서는 레드불의 가격 인하에 대응하기 위해 한 캔을 사면 한 캔을 더 주는 ‘1+1 증정 행사’를 내건 해태음료 ‘볼트에너지블루’(1000원)가 레드불을 제치고 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이 편의점의 에너지음료 전체 매출 가운데 레드불 비중은 1월 23.6%에서 2월 16.9%로 감소했다. 반면 볼트에너지블루는 12.3%에서 19.4%로 증가했다.
B편의점에서도 레드불 점유율은 1월 27.0%에서 2월 20.6%로 줄었다. 반면 1+1 증정행사에 나선 코카콜라 ‘번인텐스’(1000원)가 2.4%에서 10.3%로 네 배 이상 증가했다. 1900원에서 950원으로 반값 할인에 들어간 웅진식품 ‘락스타’ 점유율도 1.5%에서 2.1%로 올랐다.
좀처럼 가격 할인에 나서지 않는 핫식스도 2월 들어 B편의점에서 360㎖짜리 대용량 제품에 한해 가격을 2300원에서 1150원으로 50% 낮췄다. 그 결과 지난 15일까지 매출이 전달 같은 기간보다 101.7% 늘어났다.
○브랜드파워 힘 못써
레드불이 가격을 30% 이상 내리고도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업계에서는 “브랜드 충성도가 떨어지는 주요 소비층의 특성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타우린과 카페인이 들어 있어 마시면 잠이 깨고 힘이 나는 듯한 각성효과를 주는 에너지음료는 한창 공부할 나이인 10~20대가 주 소비층이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이들 입장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라는 이유로 값이 비싼 제품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