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해진 살림…적금 깨는 고객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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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저금리에 저축 기피
중도해지율 30~50% 달해
자산가는 절세상품 갈아타
중도해지율 30~50% 달해
자산가는 절세상품 갈아타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정기 예·적금 상품에 가입했다가 만기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중도해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금융상품들의 이자 매력도 크지 않은 탓에 적금뿐 아니라 예금을 해지하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시중은행을 대표하는 적금 상품들의 중도해지율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도해지율은 적금 상품에 가입해놓고 만기 전에 해지하는 비중으로, 최대 10명 중 5명은 약정 이자도 못 받고 적금을 깨는 것이다.
◆절반은 만기 못 채워
국민은행의 대표적 상품인 ‘KB직장인우대적금’(1년 만기 기준)의 경우 2009년 4월 선보인 이후 지난해 말까지 판매된 169만6000건 중에 중도해지된 계좌가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준으로 ‘KB락스타적금’은 4만3000건 중에 47%가 만기 전에 해지됐다.
다른 시중은행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은행의 대표 적금 상품인 ‘우리사랑정기적금’의 경우 2011년 기준으로 전체 27만건 중 38%가 중도해지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중도해지율이 전년보다 5%포인트가량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바보의 나눔 적금’ ‘나의 소원 적금’ 등 적금상품 48만건을 판매한 하나은행도 해지 비율이 3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로 따지면 한 달에 평균 2만건씩 중도해지된 셈이다.
구체적인 예·적금 중도해지 현황을 공개하길 꺼리는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적금을 깨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영업점에서 계약 유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작년까지 인기를 끌던 청약저축도 올 들어 해약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은행 지점별로 100~300건가량씩 해약자가 나왔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영향이기도 하지만 서민들의 삶이 그만큼 팍팍해진 결과라는 게 은행 지점장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불황으로 저축 여력 떨어져
이처럼 중도해지율이 높은 것은 최근 경기 침체 영향으로 가계의 가처분 소득 대비 총부채 비율이 오히려 높아지면서 서민들의 저축 여력이 위축된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가처분 소득 증가율이 정체되면서 빚 갚기도 어렵게 된 탓이다.
실제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까지도 20%를 웃돌던 우리나라의 가계저축률(연간 가계저축액을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것)은 2011년 현재 2.7%까지 추락했다. 8%를 유지하고 있는 유럽 지역 15개국 평균보다도 훨씬 낮다.
국민은행 고위관계자는 “특히 스마트폰 전용상품은 휴대폰으로 손쉽게 해지할 수 있다 보니 비슷한 조건의 오프라인 상품보다 중도해지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자산가 중에선 최근 절세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예금을 해지하고 즉시연금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이들도 늘었다. 이영아 기업은행 PB팀 과장은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 되는 자산가들은 만기에 얻는 예금 이자보다는 절세로 얻는 혜택이 더 크다고 판단해서 상품을 옮겨타는 경우도 꽤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장창민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