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매출을 좌우하는 것은 인성이더라고요. 성품 좋은 후배면 사랑스러울 것 같아요.”(신재흥)

“열정은 호기심에서 나오죠.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후배라면 언제 어느 때든 달려갈 겁니다.”(이장미)

2010년 1월에 입사해 벌써 4년 차가 된 패션그룹 형지의 공채 1기 둘은 후배를 맞이한다는 설렘과 기대로 가득했다. 신입사원의 티를 벗은 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몸으로 익힌 현장 경험이 우러나왔다. 지난 22일 쑥쑥 커가는 중견기업 형지처럼 봄이 오는 길목에서 서울 역삼동 패션그룹 형지를 찾았다. 형지는 오는 28일까지 공채 3기 채용원서를 받는다.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학사장교 출신의 신재흥 씨(31)는 “인터뷰를 위해 특별 협찬을 받았다”며 아직 출시도 안 된 신상품 ‘아날도바시니’ 재킷을 말끔히 차려입고 나타났다. 인사팀에서 일하는 이장미 씨(27)는 “하루에 300명 이상의 원서가 들어와요. 날마다 문의 전화에 응대하고 온라인 댓글을 달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갑니다. ” 고 말했다.

○“내 몸엔 영업 DNA가 흐른다”

신씨는 대학 시절 선배 6명과 함께 사업을 하면서 ‘영업의 맛’을 봤다. 기숙사 동료들에게 아침마다 과일을 팔았던 것.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농장을 직접 찾고, 깎아먹기 힘든 과일은 직접 까서 먹을 수 있도록 서비스했다. “전화 한 대로 주문을 받아 1인당 월 80만원은 벌었던 것 같아요.” 첫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대학 졸업 후엔 3년4개월 동안 학사장교로 복무하면서 리더십을 익혔다. 평소 옷 입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신씨는 전역 후 선배의 온라인 옷가게를 도왔다. “옷의 기획, 제작, 판매, 유통까지 배울 수 있는 기회였어요. 그때 의류 산업의 ABC를 알았습니다.” 때마침 신씨는 패션그룹 형지가 사명을 변경(2009년 12월)하면서 공채 1기를 뽑는 공고를 봤다. 같이 일하던 선배는 형지의 성장성과 공채 1기의 장점을 언급하며 도전해볼 것을 권했다.

○“돈보다 사람을 얻는 영업맨”

신씨는 아직도 최종 임원면접날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때 다짐을 영업맨이 된 지금도 가슴 속에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면접관의 질문에서 비롯됐다. ‘똑같은 상권에서 우리 업체가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면 담당 영업직원으로서 어떻게 할 것인가?’

다른 응시생들이 경쟁 업체를 분석하겠다는 등 외부 상황에 초점을 맞춰 대답하는 가운데 그의 답변은 빛을 발했다. “영업은 사람과의 소통에서 나오는 결과물입니다. 직접 매장을 찾아 점주와 대화하면서 그와

직원들의 마음을 얻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돈보다 먼저 사람을 얻는 영업맨이 되고 싶습니다.”

PPT 능력이 탁월한 신씨는 입사 6개월 때 최병오 형지 회장 앞에서 프레젠테이션(PT)할 기회를 얻었다. “광명 ‘샤트렌 멀티숍’ 매장 개장을 앞두고 본부장님이 PPT를 하나 만들어 보라고 하셨는데, 열심히 준비했더니 기회가 오더라고요.” 그는 PPT와 엑셀 능력이 탁월하면 영업을 하는 데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어느덧 20개의 매장을 관리하게 된 신씨는 ‘매장 오픈이 영업의 꽃’이라고 했다. “영업은 협상력입니다. 투자자 상담에서 매장 개설까지 수많은 산을 넘어 마침내 투자를 이끌어 내려면 본사와 투자자 사이에서 조율을 잘해야 하거든요. 상권을 보는 눈을 키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응암·구로·이천·수유점 매장을 열었다는 신씨의 꿈은 뭘까. “노령화 시대에

제 손으로 중장년층 의류를 주력으로 하는 SPA(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패스트패션) 브랜드를 발굴하고 키우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오늘도 저는 현장을 누빌 것입니다.”

○“면접날 회장님 따뜻한 손 못 잊어”

이씨는 아직도 최 회장의 따뜻한 손을 잊지 못한다. “면접날 폭설이 내렸어요. 추위에 몸도 아직 덜 풀린 데다 질문에 대답도 잘 못해 풀이 죽어 있었는데, 회장님이 지원자들의 손을 꼭 잡아주며 ‘오느라 수고하셨어요’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힘이 났습니다. 이 회사에서 꼭 일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 마침내 공채 1기로 입사해 인사팀에서 3년째 일하는 그는 웬만한 지원자들의 합격·불합격 자소서를 가려낼 줄 아는 내공이 생겼다. “자기소개서에 ‘형지’라는 이름을 꼭 넣어주는 것도 합격 비결입니다. 최근 기사를 인용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쓴다면 금상첨화죠.”

이씨가 말하는 불합격 자소서는 어떤 것일까. “어느 회사 자소서에 갖다 붙여도 통하는 자소서는 안 읽습니다. 가령 ‘나는 카멜레온이다. 어떤 일이든 흡수할 수 있는 사람이다’ 같이 지원자들이 의외로 상투적인 단어를 나열하는 경우가 많아요. 자신만의 이야기와 회사가 빠진 자소서는 ‘NO’입니다.”

패션그룹형지(회장 최병오)는 1996년 처음 내놓은 ‘크로커다일 레이디’로 잘 알려진 대표적인 종합패션 기업이다. 크로커다일 레이디는 세련된 디자인과 고품질에 합리적인 가격대로 매년 30% 이상의 신장세를 거듭하는 마케팅 성과를 거뒀다. 또 여성복은 ‘샤트렌’ ‘올리비아하슬러’ ‘라젤로’ ‘CMT’를, 남성복은 ‘아날도바시니’와 우성I&C의 ‘예작’ ‘랑방컬렉션’ ‘본’ ‘본지플로어’를, 아웃도어는 ‘와일드로즈’ ‘노스케이프’를 팔고 있다. 창업 30주년을 맞은 지난해 남성복 전문기업 우성I&C를 인수하는 한편 북유럽 정통 아웃도어 ‘노스케이프’를 최근 내놓으며 아웃도어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460여명의 임직원이 지난해 7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묻지마 지원보다 소신 지원을”

언론정보학을 전공했지만 이씨는 대학 시절 공장 아르바이트에서 기획재정부 기자단 활동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한 가지 철학이 생겼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어떤 경우로든 내 인생을 윤택하게 만들 것이다.”

이씨는 채용 업무뿐 아니라 보상·평가·복지와 사내 행사업무도 맡고 있다. “매월 첫 근무일엔 월례조회가 있는데 제가 그걸 진행합니다. 딱딱한 분위기가 되지 않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있죠. ”

대학 생활 중 그에게 가장 좋은 추억을 남긴 것은 저소득층 아이들의 누나이자 선생님이 된 것이다. “지원금이 나온다고 해서 처음엔 용돈을 벌 수 있겠다 생각하고 지원했어요. 그런데 저를 보고 ‘선생님’이라며 따르는 아이들에게 감동해 2년간 봉사했죠. 아직도 스승의 날이나 새해가 되면 아이들이 ‘선생님, 선생님’하면서 연락을 한답니다.”

채용담당자 이씨가 공채 3기 지원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뭘까. “묻지마 지원보다 소신 지원을 하세요. 묻지마 지원을 하면 많이 떨어지고, 많이 떨어지면 자신감을 잃기 때문입니다. 저의 후배가 될 공채 3기는 모두 소신 지원자들이 왔으면 합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 패션그룹 형지

패션그룹형지(회장 최병오)는 1996년 처음 내놓은 ‘크로커다일 레이디’로 잘 알려진 대표적인 종합패션 기업이다. 크로커다일 레이디는 세련된 디자인과 고품질에 합리적인 가격대로 매년 30% 이상의 신장세를 거듭하는 마케팅 성과를 거뒀다. 또 여성복은 ‘샤트렌’ ‘올리비아하슬러’ ‘라젤로’ ‘CMT’를, 남성복은 ‘아날도바시니’와 우성I&C의 ‘예작’ ‘랑방컬렉션’ ‘본’ ‘본지플로어’를, 아웃도어는 ‘와일드로즈’ ‘노스케이프’를 팔고 있다. 창업 30주년을 맞은 지난해 남성복 전문기업 우성I&C를 인수하는 한편 북유럽 정통 아웃도어 ‘노스케이프’를 최근 내놓으며 아웃도어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460여명의 임직원이 지난해 7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