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게임체인저'가 될 美·EU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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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거래 36억달러 규모 경제권…FTA체결되면 무역질서 큰 변화
통상정책 점검, 대응책 마련해야
정인교 < 인하대 교수·경제학 inkyo@inha.ac.kr >
통상정책 점검, 대응책 마련해야
정인교 < 인하대 교수·경제학 inkyo@inha.ac.kr >
지난달 12일 연두교서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인 범대서양FTA(TAFTA) 체결 의지를 밝혔다. 2년 내 체결되기에는 버거운 과제로 보이지만, 미 대통령의 TAFTA 공식협상 언급은 당사국인 미국과 유럽은 물론 전 세계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던 1990년대 중반에 양측은 TAFTA에 대해 간헐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고, 최근 몇 년 사이 실무자 간 협의를 넘어 고위급에서 검토해 왔다. 지난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TAFTA 구축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고, 브루킹스 등 워싱턴에 있는 연구기관들도 2기 오바마 행정부가 이를 추진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은 서로 최대 교역대상지역이다. 양측은 하루 36억달러어치를 거래하고 투자 누적총액이 6조달러에 달할 정도로 긴밀한 경제관계를 가지고 있어 TAFTA 체결은 두 지역 경제에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세계 최대이면서 선진경제권인 두 지역이 FTA로 연결되면 상품교역 확대, 상호간 투자 증대, 기술표준 등에서의 협력 강화, 환경-노동 등에서의 국제 규범화 추진 등으로 상당한 경제이익을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지역주의 경제통상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꿔 나갈 수 있다. 양측은 이런 영향력을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상당한 기대이익이 예상됨에도 그동안 TAFTA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다. TAFTA 추진은 GATT-WTO 다자무역체제 폐기로 비춰질 수 있다. 유럽국가들은 EU의 확대로 고무돼 있었기에 미국과의 TAFTA 체결은 관심사항이 아니었다.
미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재정절벽과 수출부진으로 전반적인 경제여건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몇 년 전부터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해 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경제효과가 낮은 ‘무늬만 협정’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미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 등이 참여하지 않고 있고, 기존 참여국들 간 견해 차이로 협상도 부진한 상황이다.
TAFTA 추진은 역외국에 보호무역주의로 작용하고, 세계적인 새로운 지역주의 열풍을 불러올 수 있다. 역외국들은 무역전환 손실과 더불어 미국·유럽 간 공조로 변경된 게임룰을 지켜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다.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서 중국, 인도, 브라질 등 목소리 큰 신흥개도국과의 입장 차이가 유지되는 가운데, TAFTA 체결은 DDA를 무한 표류시킬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양측이 협조하면서 TAFTA 게임체인저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경우 이들 신흥개도국을 DDA 협상테이블로 이끌어낼 가능성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심 통상의제를 TPP에서 TAFTA로 전환시키면서 부진한 TPP 협상을 진전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몇 년째 답보상태에 놓여 있는 DDA 협상이 진전될 기미가 없고, 경제효과가 없는 TPP를 의미있는 통상정책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집권 2기에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국제적 눈총을 받더라도 TAFTA를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과거와 달리 유럽의 지도자들이 TAFTA를 들고 나온 것도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야 하는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
농업문제 등으로 TAFTA 체결이 낙관적이지 않지만, 체결될 경우를 대비해 대응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미국 및 EU와 FTA를 체결했기에 중국,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TAFTA 피해가 덜할 수 있지만, 거대 선진대국 간 FTA는 기술표준, 무역규범, 투자유치, 서비스교역 등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미국과 유럽이 TAFTA를 게임체인저로 활용할 경우 세계 통상질서에 미칠 영향은 클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에 대한 지역통상 차원이 아니라, DDA 협상은 물론이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TPP, 동아시아 경제통합 구도 등에 대한 한국의 통상정책 전반을 재점검하고 종합적인 대응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 인하대 교수·경제학 inkyo@inha.ac.kr >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던 1990년대 중반에 양측은 TAFTA에 대해 간헐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고, 최근 몇 년 사이 실무자 간 협의를 넘어 고위급에서 검토해 왔다. 지난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TAFTA 구축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고, 브루킹스 등 워싱턴에 있는 연구기관들도 2기 오바마 행정부가 이를 추진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은 서로 최대 교역대상지역이다. 양측은 하루 36억달러어치를 거래하고 투자 누적총액이 6조달러에 달할 정도로 긴밀한 경제관계를 가지고 있어 TAFTA 체결은 두 지역 경제에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세계 최대이면서 선진경제권인 두 지역이 FTA로 연결되면 상품교역 확대, 상호간 투자 증대, 기술표준 등에서의 협력 강화, 환경-노동 등에서의 국제 규범화 추진 등으로 상당한 경제이익을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지역주의 경제통상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꿔 나갈 수 있다. 양측은 이런 영향력을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상당한 기대이익이 예상됨에도 그동안 TAFTA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다. TAFTA 추진은 GATT-WTO 다자무역체제 폐기로 비춰질 수 있다. 유럽국가들은 EU의 확대로 고무돼 있었기에 미국과의 TAFTA 체결은 관심사항이 아니었다.
미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재정절벽과 수출부진으로 전반적인 경제여건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몇 년 전부터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해 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경제효과가 낮은 ‘무늬만 협정’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미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 등이 참여하지 않고 있고, 기존 참여국들 간 견해 차이로 협상도 부진한 상황이다.
TAFTA 추진은 역외국에 보호무역주의로 작용하고, 세계적인 새로운 지역주의 열풍을 불러올 수 있다. 역외국들은 무역전환 손실과 더불어 미국·유럽 간 공조로 변경된 게임룰을 지켜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다.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서 중국, 인도, 브라질 등 목소리 큰 신흥개도국과의 입장 차이가 유지되는 가운데, TAFTA 체결은 DDA를 무한 표류시킬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양측이 협조하면서 TAFTA 게임체인저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경우 이들 신흥개도국을 DDA 협상테이블로 이끌어낼 가능성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심 통상의제를 TPP에서 TAFTA로 전환시키면서 부진한 TPP 협상을 진전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몇 년째 답보상태에 놓여 있는 DDA 협상이 진전될 기미가 없고, 경제효과가 없는 TPP를 의미있는 통상정책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집권 2기에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국제적 눈총을 받더라도 TAFTA를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과거와 달리 유럽의 지도자들이 TAFTA를 들고 나온 것도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야 하는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
농업문제 등으로 TAFTA 체결이 낙관적이지 않지만, 체결될 경우를 대비해 대응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미국 및 EU와 FTA를 체결했기에 중국,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TAFTA 피해가 덜할 수 있지만, 거대 선진대국 간 FTA는 기술표준, 무역규범, 투자유치, 서비스교역 등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미국과 유럽이 TAFTA를 게임체인저로 활용할 경우 세계 통상질서에 미칠 영향은 클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에 대한 지역통상 차원이 아니라, DDA 협상은 물론이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TPP, 동아시아 경제통합 구도 등에 대한 한국의 통상정책 전반을 재점검하고 종합적인 대응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 인하대 교수·경제학 inkyo@inh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