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의 쇠퇴로 고통을 받아온 미국 디트로이트가 파산 위험에 처했다.

릭 스나이더 미시간 주지사는 지난 1일디트로이트의 재정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비상 재정담당관을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비상 재정담당관은 예산안 삭감과 공무원 정리해고, 시 조직 개편, 자산 매각 등 재정적자 해소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게 된다.

시 운영에 대한 권한이 사실상 주정부로 넘어가는 셈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재정적자가 해소되지 않으면 비상 재정담당관은 디트로이트 파산을 선언할 수 있다.

스나이더 주지사는 “디트로이트의 재정적자 증가세를 멈출 때가 왔다”며 “경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도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디트로이트의 예산 적자는 3억2700만달러(약 3500억원)이며 장기 차입금은 140억달러(15조원)에 이른다.

디트로이트의 재정적자 증가는 지역 주력 산업인 자동차 산업의 쇠퇴 때문이다. 제너럴모터스, 포드 등 주요 자동차 메이커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디트로이트의 인구도 덩달아 감소했다. 1950년 180만명으로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인구가 많았던 디트로이트는 2011년 현재 70만명까지 주민이 줄었다. 2000년부터 10년 동안에만 인구가 25% 줄면서 시의 재정 수입도 감소하고 있다.

이처럼 수입이 줄고 있지만 시 재정은 방만하게 운영됐다. 공무원 연금과 건강보험 등 복지 혜택이 유지되면서 재정을 빨아들이고 있다. 주정부 감사팀은 디트로이트의 경찰과 소방관 등에 대한 연금 지급 규모가 가파르게 늘어나 2017년에는 전체 인건비의 83%를 차지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데이브 빙 디트로이트 시장을 비롯한 시 공무원들은 주정부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재정긴축보다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CNBC는 “디트로이트 측은 소송 등 법적 대응도 강구하고 있지만 비상 재정담당관 임명 등의 일정은 차질없이 진행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