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와 내수 중심의 경제구조 전환에 한국 경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이 내놓은 키워드는 ‘한국적 브랜드’였다. 자본력을 가진 중국이 흉내낼 수 없는 한국만의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선 한국 경제가 대규모 설비투자 중심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디자인에 역량을 쏟는 ‘혁신 집약형’ 산업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 기업인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2월18~28일)에서 응답자의 55%가 ‘앞으로 중국에 팔면 유망할 제품’으로 문화콘텐츠(31%)와 패션 관련 제품(24%)을 꼽았다. 한국의 주력산업인 자동차와 기계설비·부품이라고 한 응답은 각각 2%와 4%에 그쳤다. 조영삼 산업연구원 베이징사무소 대표는 “중국 시장에 최종소비재를 팔려면 부품과 달리 브랜드 파워가 중요하다”며 “문화콘텐츠는 중국이 단기간에 따라올 수 없는 브랜드 산업이란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먹거리 안전에 민감해진 중국인들을 겨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식품 프랜차이즈 산업, 신체 정보를 인식하는 운동기기와 같은 하드웨어에 정보·나노기술을 더한 융복합제품 등도 한국이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할 수 있는 영역으로 제시됐다.

중국의 기술력 향상을 경계만 할 것이 아니라 활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이 중국의 원천기술을 제품 개발에 이용해 최종 완제품을 내놓는 새로운 한·중 분업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 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화학과 우주개발 등 중국 기초분야의 기술 수준이 높아 한국 입장에선 중국을 ‘혁신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론 한국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노동집약적(1980년대), 기술집약적(2000년대) 산업으로 성장을 구가해온 한국이 이제 디자인과 아이디어, 감성적 접근에 주목하는 혁신집약적 산업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중국에서 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 주방용품업체 락앤락이 대표적 성공 사례다. 중국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쓰는 물병 스타일에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하고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제품이 비싼 가격에도 중산층들에 잘 팔리고 있다. 은종학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기업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부분은 엄청난 과학적 발견이 아니라 ‘아이폰’처럼 인간 중심적인 작은 혁신들”이라고 설명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