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여러 개의 정보기술(IT) 기기를 동시에 쓰는 ‘멀티 디바이스’ 시대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에서 검색하던 내용을 노트북을 통해 이어서 찾기도 하고, 태블릿PC를 엑스박스 게임기와 연결해 조이스틱처럼 쓰기도 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에서는 열람만 가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을 편집하기 위해 개인용컴퓨터(PC)를 켜기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월 ‘뉴오피스’를 출시하면서 ‘멀티 디바이스 지원’을 기본 철학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이어서 쓰고, 동시에 쓰고, 상호보완용으로 쓰는 이용자의 주요 IT 활용 패턴을 제품에 녹였다는 것이다. 백승주 한국MS 부장은 “오피스 2010 제품까지는 사용자의 능률 향상에 주력했다면 뉴오피스부터는 클라우드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멀티 디바이스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며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에서든 편리하게 업무를 볼 수 있는 기능을 대폭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뉴오피스의 달라진 점을 살펴봤다.

○돋보이는 클라우드 기능

뉴오피스는 직관적인 클라우드 기능을 갖췄다. MS가 기존에 제공해온 가상의 클라우드 저장 공간 ‘스카이드라이브’와 오피스 프로그램이 연동돼 개인 PC나 노트북의 스카이드라이브 폴더에 문서를 저장해 놓으면 인터넷에 연결할 때마다 문서가 스카이드라이브에 동기화된다. 백 부장은 “기존 웹하드 서비스는 웹하드 프로그램을 실행한 뒤 컴퓨터에 있는 파일을 올려야 해 번거로웠다”며 “MS는 스카이드라이브를 뉴오피스와 연결해 문서를 내 컴퓨터의 폴더에 이동하기만 하면 알아서 동기화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같이 동기화된 문서는 웹브라우저만 열면 다른 기기에서 얼마든지 열람하고 편집할 수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에 일일이 오피스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윈도폰은 앱 형태의 오피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아이폰 등에서도 웹을 통해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다.

여러 기기에 설치해 사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오피스 프로그램 1개를 구매하면 하나의 계정으로 최대 5개의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다.

워드, 엑셀 등 오피스 패키지에 속하는 각 응용프로그램 내에서는 자동으로 동기화가 이뤄지지만 엑셀에서 작성한 표를 파워포인트에 불러와서 쓰는 등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동기화해야 할 경우도 있다. 이때는 프로그램 콜을 통해 수동으로 동기화를 하면 된다. 한국MS는 “연결된 프로그램 사이에서도 자동으로 동기화가 이뤄진다면 보안 위협이 있을 수 있다”며 “수동으로 불러오는 방식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최적화 인터페이스

터치와 마우스 입력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도 눈길을 끈다. 글자 색상을 변경할 때 사용자가 손으로 터치하면 색상 칸이 크게 나오고, 마우스로 클릭하면 작게 나오는 식이다. 마우스는 섬세한 조절이 가능하지만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경우 칸 간격이 좁으면 잘못 누를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사용자는 직접 터치와 마우스 입력을 구분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백 부장은 “윈도8에 적용된 원천기술을 이용했다”며 “사용자가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소프트웨어가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사용자를 감안해 터치 기능은 사용하기 손쉽게 구현했다. 예컨대 메일의 경우 오른쪽에 퀵메뉴가 뜨는데, 태블릿PC를 사용할 때 쉽게 터치할 수 있는 위치다. 터치 인터페이스의 장점을 최대한 맛볼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은 노트 프로그램인 ‘원노트’다. 원노트에 글자를 쓰고 터치하면 글자 주위로 원형의 ‘래디얼 메뉴’가 뜬다. 이 메뉴를 이용하면 글자의 크기·색상·글꼴 등을 한번에 변경할 수 있다. 마우스 기반으로 설계된 메뉴 바를 누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사용자 작업 분석

사용자의 능률을 높이는 응용프로그램 기능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엑셀의 ‘빠른 채우기’ 기능은 여러모로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대표 기능이다. 사용자가 몇 가지 작업을 수행하면 이 기능은 사용자가 수행한 데이터 작업의 패턴을 파악해 한번에 나머지 데이터를 입력한다. 예컨대 한 열에 ‘서울 1500명’, ‘뉴욕 1800명’, ‘도쿄 1200명’ 등의 데이터가 있을 경우 바로 옆의 두 열에 ‘서울’ ‘1500명’이라고 나눠 기록하면 나머지 데이터 모두 ‘뉴욕’ ‘1800명’, ‘도쿄’ ‘1200명’ 등으로 떨어져 기록되는 식이다. 엑셀의 ‘파워뷰’ 기능을 이용하면 장소와 지도서비스가 연계돼 서울 뉴욕 도쿄 등의 도시에 직접 수치가 표시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표 미리보기’ 기능도 강화됐다.

파워포인트 등의 ‘스포이드’ 기능은 기존 포토샵에서 제공하던 기능으로 다채로운 색을 색상표에서 자유롭게 골라 사용한 뒤 색상번호를 기억할 필요 없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지난해 말 내놓은 기업용 뉴오피스와 이번에 출시된 사용자용 뉴오피스의 기능은 동일하지만 기업용의 경우 메일을 보낼 때 회사 정책에 따라 개인정보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는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이 제공된다.

백 부장은 “개인 생활과 업무를 구분하기 어려운 ‘컨슈머라이제이션’이 IT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어 오늘날의 소프트웨어는 클라우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멀티디바이스를 이용할 때 사용자 손이 덜 가게끔 해서 업무 속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