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정치·외교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 동의했지만 북한의 안정을 위해 식량·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대북정책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제신문과 아산정책연구원이 8일 전문가 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2%가 “시진핑 정부가 박근혜 정부에 가장 우선적으로 원하는 것은 FTA를 통한 경제협력”이라고 답했다. 북한과의 관계개선(27%)이나 미국과 중국의 균형외교(21%)보다 훨씬 많았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한·중 간 FTA는 양자 간 경제적 문제라기보다는 동아시아 지역의 세력재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양국관계의 내실화를 위해 중국의 새 정부가 가장 먼저 FTA를 요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중 FTA는 지난해 5월부터 협상이 시작됐지만 쟁점이 많아 타결까지는 최소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이 FTA가 한·중 간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 한ㆍ중 모두 당분간 정치적 입장의 변화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15명의 정치학자 중 절반에 가까운 46.7%는 “중국이 김정은 체제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면서 현재의 대북 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한국과 손잡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의 길로 가도록 할 것”이라고 본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추이지잉 중국 퉁지대 교수는 “중국이 가장 바라는 것은 북한의 안정”이라며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반대하지만 북한이 4차, 5차 핵실험을 한다고 해서 심각한 제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막대한 군사비 등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패권을 추구할 것”(43%)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영토분쟁이 시진핑 정부 들어 더욱 악화될 것(80%)이라는 의견도 다수였다. 그러나 간헐적인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40%)과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40%)이 팽팽히 맞섰다.

중국 공산당이 상하이방 공산주의청년단 태자당 등으로 나눠져 있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공산당 내 파벌은 외부의 시각일 뿐 실제 파벌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62%)는 의견이 많았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남윤선/고은이 기자 twkim@hankyung.com

인터뷰에 응한 정치·외교 전문가 15명

◆한국(8명)=김재철 가톨릭대 교수,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 이지용 외교연구원 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전병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주재우 경희대 교수, 최명해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중국(6명)=수이칭위안 노무라연구소 연구위원, 시인훙 런민대 교수, 왕위주 사회과학원 아태전략연구원 주임, 자오후지 중앙당교 교수, 차이지안 푸단대 교수, 추이지잉 퉁지대 교수.

◆일본(1명)=노무라연구소 연구원(익명요구) (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