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내 제약업계 1위 업체인 동아제약에서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119명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의사들이 단일 리베이트 건으로 대규모 사법처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 초 보건복지부가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에 대한 자격 정지를 예고한 데 이어 강도 높은 형사 조치가 나온 만큼 의약업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 의사 등 124명 무더기 기소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고흥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2부장)은 동아제약에서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의료법 위반)로 김모씨(46) 등 의사 119명과 병원 이사장 1명, 병원 사무장 4명 등 총 124명을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중 김씨 등 의사 18명과 병원 사무장 1명은 불구속 기소했고, 나머지 105명은 150만~700만원의 벌금형에 약식 기소했다. 이들은 1심 재판에서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사 면허가 정지될 수 있다.

동아제약은 2009년 초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거래 병·의원 1400여곳에 48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수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지난 1월 동아제약 임직원 및 대행 에이전시 업체 대표 등 12명을 기소한 뒤 의사 등 병·의원 관계자 소환 조사를 벌였다.

수사반에 따르면 이번에 기소된 의사들은 동아제약에서 수백만~수천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 명품시계나 의료장비 등 물품을 비롯 동영상 강의료 등 합법을 가장한 뒷돈도 챙겼다. 수수액이 가장 많은 의사 김씨는 동영상 강의료 명목으로 3600만원을 받았다. 수사반 관계자는 “수수한 액수와 혐의 인정 여부 등을 기준으로 처벌 수위를 정했다”고 말했다.

◆우선 300여명 면허정지 방침

이번 검찰의 처분은 의료계에 상당한 파장을 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2010년 11월 리베이트 쌍벌제를 도입하는 등 강력한 규제책을 마련했으나 의사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아 실효성 논란이 계속돼왔다.

지난해 말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의료법 및 약사법상 리베이트 제재 강화조항의 입법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쌍벌제 도입 이후 지난해 7월까지 총 5634명의 의료인(의사 3069명)이 적발됐으나 행정처분을 받은 의료인은 58명에 불과했다. 대부분 벌금형에 그쳤고 1명만 면허정지 4개월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의사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복지부는 중소 제약사에서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300여명 전원에게 내달 초 자격정지 처벌을 내릴 방침이라고 지난 5일 밝혔다. 수사반도 최근 동아제약 건을 포함해 리베이트 건으로 적발된 의사 1300명을 복지부에 통보했다.

2010년 11월 리베이트 쌍벌제를 도입한 이후 사법당국에 적발된 의사는 모두 4369명으로 활동 중인 의사 8만여명 중 5%를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도 면허정지·신원 공개 등 리베이트 수수 의료인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추세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신속하고 실질적인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제를 정비하자는 데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병원업계 관계자는 “최근 리베이트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지면서 악습이 사라지는 분위기”라면서도 “면허취소·정지 등 강화된 규정을 바로 적용한다면 영세한 병·의원 등에는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 리베이트 쌍벌제

의약품·의료기기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등 리베이트를 준 업체와 받은 의료인 모두를 동일하게 처벌하는 제도다.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2010년 11월 도입됐다. 리베이트 적발 시 2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1년 이내의 자격정지 처벌을 받게 된다.

정소람/김형호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