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억배럴이 넘는 기름을 수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부문 자회사인 SK에너지의 수출 물량이 휘발유 등유 경유 등 3대 고부가가치 경질유 제품을 중심으로 연간 1억232만배럴을 기록했다고 11일 밝혔다. 우리나라 국민이 5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물량으로, 지난 한 해 국내 소비량 2억3043만배럴의 절반에 가깝다.

○휘발유 수출 처음으로 내수 추월

5년 전만 해도 SK이노베이션의 경질유 수출 물량은 7000만배럴 수준이었다. 2010년 8000만배럴, 2011년 9000만배럴을 돌파하며 4년간 40% 이상의 증가세를 보였다.

유종별로는 2008년부터 매출 물량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일궈냈던 경유에 비해 국내 소비 위주였던 휘발유의 수출 증가가 돋보였다.

2008년만 해도 휘발유 수출은 1229만배럴로 내수 물량(2423만배럴)의 절반가량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엔 수출이 2779만배럴로 4년 전에 비해 126% 급증하며 내수(2529만배럴)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국내 주유소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정부의 기름값 대책도 강도를 더해가는 가운데 수출 전략을 강화한 덕분이다.

경유 역시 사상 최대치인 7300만배럴을 수출했다. 지난해 국내 전체 소비량(1억3600만배럴)의 절반 이상을 수출한 셈이다.

이를 기반으로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SK그룹의 에너지 부문 지주회사 격으로 출범한 이후 2년 만에 누적 수출 100조원의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2011년 47조원을 수출로 벌어들였고 지난해 수출 규모는 53조원을 넘겼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도 빠르게 상승해 2007년 처음으로 50%를 돌파했다. 이후 5년 만에 전체 매출 중 수출이 73%에 이르렀다.

○해외시장 공략 위한 조직개편

SK이노베이션은 싱가포르 중심의 트레이딩을 통해 체계적으로 제품 수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서 정유부문 수출 경쟁력을 확보했다. 중국과 일본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으로 고정 거래처를 확대하는 동시에 신규 시장 개척에 나서면서 호주 지역 수출도 크게 늘었다.

새롭게 구성된 위원회 체제에서 글로벌성장위원회를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에게 맡겨 힘을 실어준 것도 수출 중심 성장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기 위해 올 들어 해외사업 개발기능을 담당하는 조직을 일원화하고 품질과 수급, 운영혁신을 총괄하는 조직을 별도로 신설했다.

기술 산실인 GT(Global Technology)도 CIC급(Company in Company)으로 승격 운영하기로 했다. CIC는 독립적인 권한을 부여받아 자체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연구과제를 진행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기술개발에서 한발 더 나아가 비즈니스로의 연결까지 유기적인 연계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라며 “고부가가치 중심의 수출 확대 전략으로 글로벌 성장 기반을 굳힐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