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11일 국내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주식과 채권, 원화 값이 일제히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를 연출했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비상대책반을 가동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24시간 점검체제에 돌입했다. 하지만 오전 한때 급락했던 원화 값과 주가는 오후 들어 낙폭을 상당부분 만회했다.

○환율 한 달 만에 최고치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원50전 오른 1094원80전에 마감, 3일 연속 상승했다. 지난달 11일(1095원70전) 이후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5원20전 오른 1095원50전에 출발해 장중 한때 작년 10월25일(1103원50전) 이후 처음으로 1100원을 넘기도 했다. 오후 들어 역외 외국인의 달러 매수가 주춤한 데다 수출업체 달러매물이 나오면서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코스피지수도 2.66포인트(0.13%) 하락한 2003.35로 마감, 겨우 2000선을 지켰다. 증시는 오전 한때 외국인 순매도로 20포인트 넘게 급락하면서 1980선 붕괴 위기에까지 몰렸다. 외국인은 1월28일(4907억원) 이후 최대인 2072억원어치를 순매도, 3일째 매도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북한 리스크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으려는 기관투자가들의 ‘사자’세로 낙폭을 줄이며 2000선을 회복했다.

안전자산인 채권 가격(금리)도 떨어(상승)졌다.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은 2.66%로 보합에 마감했으나 5년물은 2.78%로 0.01%포인트 올랐다.

○금융시장 부담은 지속

금융시장이 널뛰기를 보인 건 북한의 대남 도발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유한종 국민은행 외화자금부 팀장은 “북한의 발언 수위가 이전보다 강해 금융시장에 지정학적 우려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의 호조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것도 원·달러 환율 상승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의 2월 고용자 수는 23만6000명 증가했고 실업률도 7.7%를 기록해 2008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 반등으로 거주자들의 달러 보유가 늘며 외화예금은 4개월 만에 증가했다. 2월 말 외국환은행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346억5000만달러로 전월 말(325억1000만달러)보다 21억4000만달러 늘어났다.

북한 지정학적 위기가 지속될 경우 원·달러 환율은 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위원은 “북한의 위협이 더 커지면 단기적으로 1120원 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부도지표는 ‘잠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리스크로 인한 환율 상승 폭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증시도 추세가 돌아설 정도의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험적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장기화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외환시장에는 북핵 리스크의 영향이 오래 가지 않았다는 학습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도 한국의 신용등급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지정학적 리스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이날 잠잠했다. 싱가포르 등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한국 5년물 CDS프리미엄은 지난 8일 뉴욕시장과 같은 63bp(1bp=0.01%포인트)에 거래됐다.

서정환/안재광/김주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