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발이’ 청빈 법관으로 유명한 조무제 전 대법관(사진)이 월급을 쪼개 모교 후배를 꾸준히 도와온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조 전 대법관은 34년간 법조인 생활을 마치고 나서 거액의 보수가 보장되는 변호사 개업을 포기한 채 2004년 모교인 동아대 강단에 섰다. 이 대학 법학과 61학번인 조 전 대법관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임용돼 후학을 양성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조 전 대법관은 많은 급여를 받지 못했지만 2009년부터 최근까지 월급을 쪼개 매달 50만원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내놓은 것. 매달 내는 돈 외에도 ‘목돈’이 생기면 꾸준히 후배를 위해 사용해 달라며 남몰래 돈을 내 왔는데 지금까지 학교에서 파악한 금액만 8110만원에 이른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조 전 대법관의 청빈한 삶을 잘 아는 대학 관계자들은 “역시 조무제”라며 감동하는 분위기다.

조 전 대법관은 1993년 공직자 첫 재산공개 때 25평짜리 아파트 한 채와 부친 명의의 예금 등 6434만원을 신고해 고위 법관 103명 중 꼴찌를 차지했다. 1998년 대법관이 됐을 때도 전 재산 7200여만원을 신고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는 법조계의 오랜 관행이던 전별금을 받아서 법원 도서관에 기부하고, 대법관 시절 전세 보증금 2000만원짜리 원룸에 거주하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청빈한 삶을 고집해 왔다. 이런 그의 삶 때문에 현 정부 출범 때 총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동아대 측은 조 전 대법관이 낸 돈을 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