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 황정음 '하이킥' 귀요미서, 이젠 연기의 화신으로 '짠 ~ '

황정음, 드라마 '돈의 화신'…'캐릭터' 매력 발산

애드리브 여왕 김수미 선배님께 연기 많이 배우고 있어요
상황·대본에 충실하면 작품 잘 되는 것 같아

딱 한 사람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가 있다. SBS ‘돈의 화신’의 복재인과 배우 황정음이 그렇다. 거대 사채업자에 카리스마로 무장한 엄마 밑에서 자란 복재인은 모든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푸는 바람에 고도비만이 되지만 자신감 하나는 충만하다.

황정음은 이런 복재인에게 콤플렉스를 덮기 위한 강박적인 긍정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건강한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복재인을 사랑스럽게 완성했다. 이차돈(강지환)이 일부러 접근하는 것도 모르고 자신에게 반한 것으로 확신할 때, 눈살이 찌푸려지기보다 귀엽고 당차게 보인 건 그래서다.

술 마시고 ‘떡실신’이 돼도 귀여웠던 MBC ‘지붕 뚫고 하이킥’의 정음은 SBS ‘자이언트’ 이미주, MBC ‘내 마음이 들리니’ 봉우리, ‘골든타임’ 강재인을 거쳐 더 긍정적이고 당찬 매력의 복재인으로 완벽하게 돌아온 것이다.

“원래 코믹 연기나 장르를 좋아하지만 복재인이란 캐릭터는 잘하면 귀여울 것 같고 또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당차면서도 겸손하고 자신감과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태도를 동시에 지닌 사람. 황정음에게서 나오는 이런 건강한 에너지는 너무 흔해서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는 긍정과는 다르다. 무엇보다 배우로서 얻는 행복을 스스로가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이 작품을 하기로 결정한 것은 ‘골든타임’ 촬영으로 정말 지쳐있을 때였어요. 부산에서 촬영하다 잠시 서울에 왔을 때 ‘자이언트’ 감독님과 이기영 선배님 등 여러분과 모임을 했거든요. 그런데 저도 모르게 감독님께 ‘돈의 화신’을 하고 싶다고 한 거예요. 아무래도 감독님과 작가님에 대한 믿음이 컸던 것 같아요. 그만큼 이번 작품은 정말 즐기면서 하고 있어요. 제 목소리가 높고 독특해서 연기할 때 늘 신경을 쓰는데 이번엔 그냥 재인이라면 어땠을지 생각만 해요. 캐릭터에 더 집중하고 있거든요. 스케줄은 빡빡한데 영화 촬영하는 것보다 더 여유 있고 재밌어요. 말로는 설명 못할 그런 느낌이에요.”

그 행복은 새로운 걸 알아가고 성장하는 뿌듯함과 만나 배가 된다. 주인공이지만 분량이 적어도 아무렇지 않을 만큼 황정음은 스태프를 믿고 동료와 호흡을 맞추며 작품을 풍성하게 하고 있다.

“상황과 대본에 충실하면 작품이 잘된다는 걸 이번에 정말 많이 느끼고 있어요. 코믹한 장면도 사실 저희가 코미디언은 아니기 때문에 부담은 되지만 대본에 나와 있는 대로만 상황에 몰입하면 시청자에게 좋은 웃음을 드릴 수 있는 것 같고요.”

황정음은 작품 안에서만큼이나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도 살갑고 해맑은 배우다. 특히 극 중 엄마로 나오는 김수미와의 호흡은 현장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다.

“김수미 선배님이 간장게장이나 귀한 음식을 자주 가져다주세요. 애드리브의 여왕이라 같이 연기하면서 전 반응만 하는데도 많이 배우게 돼요. 은비령 역으로 나오는 (오)윤아 언니와도 요즘 애드리브를 많이 하면서 촬영하고 있어요. 정말 배우들 호흡이 좋아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황정음은 ‘돈의 화신’을 통해 현장의 소중함을 더 절감하게 된 것은 물론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더 밝게 해줄 추진력도 얻었다.

“‘하이킥’ ‘자이언트’부터 ‘골든타임’까지 제게 도움이 안 된 경험이 없는 것 같아요. ‘하이킥’이 절 이 자리에 있게 한 작품이라면 ‘자이언트’는 정극을 처음 경험하게 했고 ‘골든타임’은 캐릭터가 저랑 많이 달라 연기할 때는 힘들었지만 많은 걸 배운 작품이었고요. 예전에는 욕심을 부리기도 했는데 이제 상황에 맞게 즐기면서 하니까 좋아요. 작품을 할 때마다 제가 매번 달라지는 것 같아요.”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여배우로서 누릴 수 있는 좋은 게 많고 연기할 때마다 진화하는 것 같아 행복하다”는 그의 말은 이런 자신감을 방증한다. 스스로 행복하다 말할 수 있는 여배우. 말괄량이인 복재인이 사업을 배우고 이차돈을 만나며 조금씩 커가듯 배우 황정음도 이렇게 성장하고 있다.

한여울 텐아시아 기자 sixtee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