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달러. 2년 뒤인 2015년 세계 터치스크린패널(TSP) 시장은 이 정도 규모로 예상된다. 휴대폰을 비롯한 전자기기의 ‘스마트화’ 바람을 타고 2010년 59억달러에서 3배 이상으로 성장하는 셈이다.

이렇게 급성장하는 TSP 시장을 두고 세력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단숨에 시장지배력을 키우기 위해 한국, 중국, 일본 기업이 손잡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패권을 둘러싼 합종연횡이 본격화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TSP 제조업체 에스맥(대표 이성철)은 일본 닛샤와 오는 6월 합작사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하고 최근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TSP 핵심소재인 터치센서를 생산하는 합작사로 지분은 에스맥이 51%, 닛샤가 49%를 갖기로 했다. 기존 시트(sheet) 방식보다 생산성과 효율성이 좋은 ‘롤투롤(roll to roll)’ 생산공법을 도입할 예정이다. 닛샤는 1946년 세워진 세계 최대 터치센서 회사다.

에스맥 관계자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TSP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최신 기술 트렌드인 미세 터치 구현에 최적화된 기술을 갖고 있는 닛샤와 손을 잡았다”며 “에스맥은 닛샤를 통해 고품질 터치센서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고, 닛샤는 에스맥을 통해 삼성전자를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어 상승작용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TSP 전문기업 멜파스(대표 이봉우)는 중국 기업과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중국 저장성에 있는 글로벌 5위 강화유리 업체 ‘저장성퍼스타패널테크놀로지’와 현지에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합작사 지분은 절반씩 나눠 가지며 10월 생산을 목표로 법인 및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멜파스는 일체형 TSP 솔루션 기술을, 중국 측은 강화유리를 제공하고 휘는 디스플레이용 신기술 생산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일진그룹 계열사 일진디스플레이(대표 심임수)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기업과 제휴를 추진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업계 여러 관계자는 “일진이 중국 기업 지분 투자를 비롯해 다양한 협력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일진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최근 중국 기업을 위탁가공업체로 신규 지정한 것을 두고 소문이 와전된 것”이라며 “자체적으로 모든 공정을 소화할 수 있고 증설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제휴할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세력다툼은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마트기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TSP 수요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순혁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납품업체만 봐도 경쟁이 심해 부품업체들이 경쟁사와 차별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최후의 전장이 될 중국 시장에 손쉽게 진출할 수 있는 합작사 설립에 나서는 기업이 더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