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명인 가면' 쓰고 질펀한 음주가무 파티
2010년 봄 주말 오후 9시. 어둠으로 둘러싸인 강원 원주시 부론면의 초호화 별장으로 검은색 세단들이 속속 들어섰다. 차에서 내린 이들은 대기 중인 별장지기로부터 전직 대통령, 조지 클루니 등 외국 유명 배우의 얼굴이 새겨진 가면을 하나씩 건네받아 쓴 뒤 별장으로 들어섰다. 밴드와 가라오케가 마련된 거실 소파에는 먼저 도착한 여성들이 외국 유명 여배우의 가면을 쓴 채 그들을 맞았다.

[단독] '유명인 가면' 쓰고 질펀한 음주가무 파티
마지막 참석자가 들어서자 이들은 옆방으로 안내됐다. 출장요리사들이 두 시간 동안 만든 서양식 코스요리에 와인을 곁들여 먹는 사이 어색한 분위기는 사라졌다. 1시간30분간 식사를 마친 뒤 호스트의 제안으로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거실로 옮긴 파티 참가자들은 취향에 따라 캐나다산 아이스와인과 로얄살루트 21년산, 발렌타인 30년산을 잔에 따라 마셨다. 술기운이 오르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불렀고, 음악에 맞춰 춤판이 벌어졌다. 질펀한 음주가무 파티가 두 시간을 넘어서자 어느새 짝을 이룬 남녀들이 하나둘 빠져나가 별채로 사라졌다.

건설업자 윤모씨(51)가 사회 유력인사들에게 성 접대를 한 장소로 지목된 원주시 남한강변의 별장에선 초청자들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의 얼굴이 새겨진 마스크를 쓴 채 가면 무도회를 즐겼다는 증언이 나왔다. 톰 크루즈, 니콜 키드먼이 주연한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스탠리 큐브릭·1999년 작)에 나오는 미국 상류층의 은밀한 가면 난교파티 같은 놀이가 이곳에서 열렸다는 얘기다.

윤씨의 별장 모임에 몇 차례 간 적이 있다는 A씨는 20일 기자에게 “별장 안에 마련된 대형 노래방에는 고급 와인 바와 가죽 소파, 노래방 기기와 드럼 등이 있었고 전직 대통령이나 외국 배우 등의 얼굴이 새겨진 가면을 쓰고 파티를 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별장 안에 있는 노래방 시설은 45㎡ 규모로 바닥에는 고급 대리석이 깔려 있었다. 한쪽에는 와인 바와 소파, 탁자가 있어 안주와 다양한 고급 술을 즐길 수 있었다. 다른 쪽에는 노래방 기기와 드럼, 대형 벽걸이 TV가 마련돼 있었다. 최대 20~30명가량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별장의 다른 방에는 12인용 고급 식탁 3개가 놓여 있었고, 이곳에선 출장 요리사들이 파티 참가자들을 위한 맞춤형 요리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6800㎡의 대지에 지어진 이 별장에는 여섯 채의 건물이 있다. 4층과 3층 주택이 각각 한 채, 2층 주택이 두 채, 식당 및 오락 공간으로 보이는 건물 한 채와 관리자용 숙소, 정원으로 이뤄져 있다. 영화관과 찜질방 그리고 수영장 2개까지 갖춰져 있어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모아 파티를 열 수 있는 호화 별장이다. 성 접대는 본채가 아닌 별채에서 이뤄진 것 같다고 A씨가 전했다. 해병대 출신인 윤씨는 유명 인사나 해병대 동기 모임 등을 한적한 외지인 이 별장에서 정기적으로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는 금요일마다 적게는 4명, 많게는 12명이 몰려들어 인근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뒤 밤에는 파티를 즐겼고 일부는 포커 게임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커 게임은 별장 지하의 작은 방에서 이뤄졌으며 판돈은 한 사람당 500만원 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의 사촌동생 등 3명의 명의로 돼 있던 이 별장의 과거 법원 감정가는 30억원이 넘었다. 그러나 경매로 넘어간 뒤 세 번이나 유찰됐고 별장의 소유권은 윤씨를 경찰에 고소했던 여성 K씨 소유의 영농법인으로 지난해 4월 10억원에 넘어갔다.

A씨는 윤씨에 대해 “평소에는 조용한 성격”이라며 “지인들조차 돈을 번 과정에 의구심을 표시하곤 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