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에 고객 안 뺏기려면…터치스크린 업체의 기발한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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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고등학생들은 유명 브랜드 아웃도어 한두 벌이 없으면 ‘왕따’를 당하기 십상이란다. 산에 갈 때나 입는 옷에 청소년들이 왜 그렇게 안달일까. 한 교육계 관계자가 했다는 대답이 걸작이다. ‘교육이 하도 산으로 가다 보니 애들이 등산복에 그리 열광하는 것’이란다.
누군가 지어낸 우스갯소리겠지만, 아웃도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02년 5000억원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가 작년엔 5조원을 넘어갔다. 10년 사이에 열 배가 커진 셈이다. 시장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여러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고 뛰어드는 것은 당연지사다. 시장점유율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노스페이스, 코오롱, K2 외에도 약 2000개의 군소업체들이 시장에 들어와서 난립하고 있다.
시장이 아무리 커진다한들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드는 업체들 모두가 충분한 수익을 올릴 수 없다. 유명 연예인의 경우 모델료가 10억원을 넘어가는 등 마케팅 비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질 않나, 매출 확대를 위해서라면 반값 할인 같은 출혈 경쟁도 마다 않는 업체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확실히 경쟁자가 많은 시장은 매력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 ‘밥상’은 혼자 차지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일까. 경영자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시장에 다른 경쟁자들이 못 들어오도록 장애물을 만들고 싶어한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진입장벽(entry barrier)’이라고 한다. 그런데 경영자들은 진입장벽을 너무 좁게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허나 정부규제 같은 것만 진입장벽인 줄로 오해하곤 한다. 물론 특허나 정부규제는 후발 주자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특허가 있었기 때문에 화이자는 전 세계 중년 남성들의 마음을 비아그라에 20년 동안 묶어둘 수 있었고, 애플은 동그란 모서리로 삼성전자를 날카롭게 공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특허나 정부규제를 진입장벽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될까. ‘어차피 우리 회사와 상관도 없는데’하고 지레 포기하지 말고, 조금만 더 고민을 해 보자.
제조업체라면 ‘규모의 경제’를 진입장벽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란 생산량이 많아질수록 단위 상품의 단가가 낮아지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폰의 터치 스크린이 좋은 사례다. ‘고릴라 글라스’라고 불리는 이 유리는 원래 자동차 앞 유리창의 스크래치를 방지하기 위해 유리업체인 코닝에서 개발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에서 찾아주는 수요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았던 스마트폰에서 수요가 생기더니 시장이 점점 커져갔다.
기존 휴대폰과는 달리 터치 스크린을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특성상 스크래치가 생기면 오작동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외의 분야에서 수요가 발생하고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문제는 스크래치 방지 기술의 특허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경쟁업체들이 특허 만료만 기다리면서 고릴라 글라스 생산 준비를 차곡차곡 해나가고 있을 무렵, 코닝에서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리고 대대적인 설비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시장 진입을 준비하던 많은 업체들은 입맛만 다시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많은 수량을 생산하고 있는 코닝이 생산량을 더욱 늘린다면 원가는 훨씬 저렴해질 것이고, 그런 규모의 경제를 후발주자로서는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업종이라면 유통망도 진입장벽으로 활용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출시된 ‘815 콜라’는 ‘콜라 독립’을 모토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친 결과 한때 13%라는 경이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양분하고 있는 콜라 시장에서 로컬 업체가 3%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815콜라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815의 선전은 거기까지였다.
두 글로벌 음료회사가 장악하고 있는 유통망 속에서 815 콜라가 끼어들어갈 여지는 많지 않았다. 우리가 장악하고 있는 매대나 소유하고 있는 자판기에 굳이 경쟁 상품을 가져다 놓을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이다. 815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자 정리해보자. 갖은 고생을 해가면서 어렵게 자리를 잡았더라도 후발주자들이 몰려들면 시장의 매력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들 말고도 새롭고 참신한 진입장벽을 고민해 보자. 오랫동안 자기 회사만의 시장 공간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우창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누군가 지어낸 우스갯소리겠지만, 아웃도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02년 5000억원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가 작년엔 5조원을 넘어갔다. 10년 사이에 열 배가 커진 셈이다. 시장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여러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고 뛰어드는 것은 당연지사다. 시장점유율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노스페이스, 코오롱, K2 외에도 약 2000개의 군소업체들이 시장에 들어와서 난립하고 있다.
시장이 아무리 커진다한들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드는 업체들 모두가 충분한 수익을 올릴 수 없다. 유명 연예인의 경우 모델료가 10억원을 넘어가는 등 마케팅 비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질 않나, 매출 확대를 위해서라면 반값 할인 같은 출혈 경쟁도 마다 않는 업체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확실히 경쟁자가 많은 시장은 매력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 ‘밥상’은 혼자 차지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일까. 경영자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시장에 다른 경쟁자들이 못 들어오도록 장애물을 만들고 싶어한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진입장벽(entry barrier)’이라고 한다. 그런데 경영자들은 진입장벽을 너무 좁게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허나 정부규제 같은 것만 진입장벽인 줄로 오해하곤 한다. 물론 특허나 정부규제는 후발 주자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특허가 있었기 때문에 화이자는 전 세계 중년 남성들의 마음을 비아그라에 20년 동안 묶어둘 수 있었고, 애플은 동그란 모서리로 삼성전자를 날카롭게 공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특허나 정부규제를 진입장벽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될까. ‘어차피 우리 회사와 상관도 없는데’하고 지레 포기하지 말고, 조금만 더 고민을 해 보자.
제조업체라면 ‘규모의 경제’를 진입장벽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란 생산량이 많아질수록 단위 상품의 단가가 낮아지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폰의 터치 스크린이 좋은 사례다. ‘고릴라 글라스’라고 불리는 이 유리는 원래 자동차 앞 유리창의 스크래치를 방지하기 위해 유리업체인 코닝에서 개발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에서 찾아주는 수요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았던 스마트폰에서 수요가 생기더니 시장이 점점 커져갔다.
기존 휴대폰과는 달리 터치 스크린을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특성상 스크래치가 생기면 오작동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외의 분야에서 수요가 발생하고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문제는 스크래치 방지 기술의 특허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경쟁업체들이 특허 만료만 기다리면서 고릴라 글라스 생산 준비를 차곡차곡 해나가고 있을 무렵, 코닝에서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리고 대대적인 설비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시장 진입을 준비하던 많은 업체들은 입맛만 다시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많은 수량을 생산하고 있는 코닝이 생산량을 더욱 늘린다면 원가는 훨씬 저렴해질 것이고, 그런 규모의 경제를 후발주자로서는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업종이라면 유통망도 진입장벽으로 활용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출시된 ‘815 콜라’는 ‘콜라 독립’을 모토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친 결과 한때 13%라는 경이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양분하고 있는 콜라 시장에서 로컬 업체가 3%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815콜라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815의 선전은 거기까지였다.
두 글로벌 음료회사가 장악하고 있는 유통망 속에서 815 콜라가 끼어들어갈 여지는 많지 않았다. 우리가 장악하고 있는 매대나 소유하고 있는 자판기에 굳이 경쟁 상품을 가져다 놓을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이다. 815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자 정리해보자. 갖은 고생을 해가면서 어렵게 자리를 잡았더라도 후발주자들이 몰려들면 시장의 매력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들 말고도 새롭고 참신한 진입장벽을 고민해 보자. 오랫동안 자기 회사만의 시장 공간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우창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