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시 유산동 넥센타이어 본사. 지난 18일 찾은 이곳 본관동은 증축 및 리모델링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김수철 넥센타이어 경영관리팀장은 "2층 건물을 한 층 더 올려 3층으로 높였다"며 "연구·개발(R&D) 중앙연구소 인력들이 3층 전체를 연구공간으로 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연구소 규모로는 더 이상 늘어나는 시설과 인력을 수용할 수 없어 확장한 것이다. 넥센타이어의 R&D 인력은 350명으로 작년보다 20명 이상 늘었다. 내년까지 400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R&D 투자비도 대폭 확충했다. 지난해 450억원에서 올해 600억원으로 33.3% 늘려잡았다.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은 “초(超)고성능 및 친환경 타이어 개발은 물론 해외 완성차업체에 ‘신차용 타이어(OE)’ 공급을 늘리려면 업체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품질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13년 만에 매출 10배 증가 ‘폭풍성장’

넥센타이어는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우성 타이어에서 넥센타이어로 이름을 바꾸고 새출발한 2000년 매출은 2000억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매출 1조7006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2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13년 만에 10배 성장하게 된다. 세계 타이어 업계에서 사례를 찾기 힘든 초고속 성장이다.

넥센타이어는 지난 10년 동안 매출이 연평균 20%씩 늘어났다. 국내외 경기가 극도로 침체됐던 작년에도 전년보다 매출이 18.9%, 영업이익(1769억원)은 57.9% 늘었다.

넥센타이어는 해외 OE 공급 확대 및 창녕 신공장 생산량 증가로 또 한 번의 도약 기회를 맞고 있다. 올해는 10%대의 견실한 성장세를 기록하며 창녕 신공장 증설작업과 신규 연구설비 도입 등 품질 및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다지기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도약을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현종 경영관리담당 상무는 “매년 매출과 이익이 크게 늘면서 2000년 6000%였던 부채비율이 100%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올해 내실을 다지면서 해외 시장 판로를 확대하는 등 글로벌 타이어 제조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완성차에 한국산 타이어 공급 확대

넥센타이어는 해외 완성차에 대한 공급 확대를 올해 중점 경영전략으로 잡았다.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고, 넥센타이어 브랜드를 세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일본 미쓰비시의 대표 모델인 랜서와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고성능 세단 랜서 에볼루션에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김 팀장은 “지금까진 호주와 뉴질랜드 등에 공급하는 차량에 넥센타이어가 달렸지만, 다음달부터는 일본 내에서 판매되는 랜서에도 넥센타이어가 장착된다”며 “품질 관리가 까다로운 일본 자동차 회사에서 인정받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말부터는 이탈리아 최대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그룹에 OE 공급을 시작한다.

해외 완성차에 공급하는 제품은 창녕 신공장에서 주로 생산한다. 지난해 3월 가동한 창녕 공장은 올해 연간 60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 공장은 2018년까지 단계적 증설을 통해 총 2100만개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녕 공장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모든 생산공정을 자동화한 타이어공장이다.

다른 타이어 회사들이 해외 공장 건설에 집중할 때 국내에 공장을 설립한 강 회장의 역(逆)발상 전략이 담겨 있는 곳이다. 강 회장은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은 품질이 뛰어나 해외 완성차 업체들의 선호도가 높다”며 “국내에서 타이어를 만들면 인건비와 유지비 부담이 해외보다 높지만, 자동화와 생산성 극대화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21년 무(無)분규…투명경영 지속

넥센타이어는 양산과 창녕, 중국 칭다오에서 3개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78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한 칭다오 공장은 증설을 통해 올해 생산량이 1000만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연간 1900만개를 생산하는 양산 공장과 600만개 규모의 창녕 공장 생산량까지 합치면 3500만개 가량으로 올해 처음 연간 생산량이 3000만 개를 넘어선다.

넥센타이어가 10년 이상 꾸준한 성장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노사협력 덕분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21년 연속 무분규 사업장’ 기록이 회사 성장의 원동력 중 하나라는 것이다. 강 회장은 “노사 간 상호신뢰와 협력이 생산성 향상과 품질 개선의 밑바탕이 됐다”며 “지금도 매달 경영실적 공개를 비롯해 투자 등 주요 현안을 노조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경영원칙은 넥센타이어가 2000년부터 14년째 12월 결산 상장회사 가운데 가장 먼저 주주총회를 여는 기록을 이어오게 만들었다.

양산=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