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IBM·인텔과 차세대 반도체 공동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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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조업 부활 모델' 뉴욕주립대 올버니캠퍼스 가보니
주정부 등 15조원 투자
4500억원 현미경 등 갖춰…나노기술 'R&D 허브' 역할
일자리 창출 '선순환'
학생들 연구 참여 기술 익혀…기업들은 졸업 전 '입도선매'
주정부 등 15조원 투자
4500억원 현미경 등 갖춰…나노기술 'R&D 허브' 역할
일자리 창출 '선순환'
학생들 연구 참여 기술 익혀…기업들은 졸업 전 '입도선매'
“이 학교와 뉴욕주 동북부 지역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보여줍니다. 올버니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 미국 전역에서 똑같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뉴욕주립대 올버니캠퍼스에 있는 나노스케일 과학·공학대학(CNSE)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제조업의 부활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해온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2600여개 대학 중 유독 이 학교를 찾은 이유는 뭘까.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직접 찾은 CNSE에서 만난 알렌 케일로예로스 학장은 “학교,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힘을 합쳐 미래 기술을 개발하는 협력 모델이 앞으로 국가와 지자체들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용해야 할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느 대학과는 다른 CNSE의 캠퍼스 풍경이 케일로예로스 학장의 설명을 뒷받침했다. 7만4300㎡에 달하는 단지에 지어진 6개 건물에는 반도체 공장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클린룸(반도체 등을 제조하기 위해 미세한 먼지까지 제거한 작업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인텔, IBM, 삼성전자, 글로벌파운드리, 도쿄일렉트론, M+W그룹,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연구·개발(R&D)을 위해 각자 혹은 공동으로 운영하는 클린룸들이다.
CNSE는 나노기술(10억분의 1 수준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기술)을 연구해 반도체,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등 각종 하이테크 산업에 접목시키는 역할을 하기 위해 2004년 설립된 학교다. 뉴욕주립대 내 일개 단과대학이지만 뉴욕주 정부와 기업들이 총 140억달러(약 15조원)를 투자했다.
가장 큰 특징은 300여개 글로벌 기업이 학교 시설을 함께 사용하며 기술을 개발한다는 점. 케일로예로스 학장은 “나노기술 등 미래 기술은 한 개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개발 비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산업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업 간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CNSE와 같은 대학들이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CNSE는 원자까지 관찰할 수 있는 대형 현미경을 두 대 보유하고 있다. 한 대 가격이 4억1200만달러(약 4500억원)에 달한다. 마이클 리어 부학장은 “전 세계에 세 대밖에 없는 현미경 중 두 대가 이곳에 있다”고 자랑했다. 이런 고가의 설비를 함께 이용하면서 미래 기술을 연구하고 공동으로 일궈낸 결과물은 각 회사가 필요에 맞게 제품으로 개발하는 협력 모델이다. 학생들은 글로벌 기업들의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해 기술을 익히고, 기업들은 졸업도 하지 않은 학생들을 바로 채용하기도 한다.
기업들은 미래 기술 개발을 위해 이곳에서 각종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도 한다. IBM, 인텔, 글로벌파운드리, TSMC, 삼성전자 등 5개 반도체 기업이 2011년 만든 ‘글로벌450컨소시엄(G450C)’이 대표적이다. 차세대 반도체 공정인 450㎜ 웨이퍼 기술을 함께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세계 2위 반도체 위탁생산업체(파운드리)인 글로벌파운드리는 32나노 반도체 제조 공장을 지난해 뉴욕주에 세웠다. 2014년까지 직접고용만 3000여명, 협력업체를 포함한 간접고용까지 감안하면 고용 창출 효과가 1만5000명에 달한다. 마이크 루소 글로벌파운드리 이사는 “R&D 네트워크뿐 아니라 고숙련 인력과 뉴욕주 정부의 각종 지원책이 이곳을 공장 부지로 선택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올버니=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