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신임 대표 선임한 식품업체들
불황 타개책은 '안정형' 또는 '도전형'

올 들어 식품업체드르이 사령탑이 대거 교체됐다. 자사에서 30~40년간 일한 임원을 선임한 '안정형'과 과감하게 경쟁사 인력을 영입한 '도전형'으로 나눠진다.

한국야쿠르트와 사조산업은 '안정형'을 택했다.

한국야쿠르트는 30년간 근무한 김혁수 부사장(56)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김 신임 사장은 국민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8월 한국야쿠르트에 입사했다. 이후 영업·광고·홍보분야에서 20년간 근무했다. 효자 상품인 발효유 '윌'의 매출 증가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8년 이사로 승진한 후 2009년부터 사업총괄 부사장으로 근무했다.

회사 관계자는 "김 신임 사장은 관리능력과 경영능력을 검증 받아 입사 29년 만에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사조산업도 '정통 수산맨' 김정수 사조씨푸드 사장(62)을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김 신임 사장은 광주제일 고등학교, 부산수산대 어업학과를 졸업하고 1974년 사조산업에 입사했다. 약 40여년간 수산업에 종사했다. 참치연승선의 항해사와 선장으로 지낸 공로를 인정받아 1980년 사조산업 수산본부장으로 승진했다. 2006년부터 사조씨푸드 대표를 맡았다.

한국야쿠르트와 사조산업의 안정형 인사는 내부 사장을 잘 아는 CEO를 통해 기존 사업군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야쿠르트는 '2015년 1조5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해 발효유 시장 1위 기업의 입지를 굳힌다'는 목표를 세웠다. 영업에서 발효유 매출을 끌어올린 김 신임 사장은 기존 사업 영역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원F&B와 삼립식품은 외부 인력을 수혈했다. 보수적인 식품업계에서 경쟁사 대표 출신을 영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동원F&B는 대표이사 사장으로 박성칠 전 대상 사장(58)을 선임했다. 그는 서울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리건대 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전자 경영혁신 총괄을 거쳐 지난해 2월까지 대상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대상은 박 사장 재임 기간인 2009~2011년까지 영업이익이 77% 증가했다.

삼립식품은 앙숙처럼 지내던 경쟁사의 대표를 영입했다. CJ제일제당 영업 총괄 부사장을 지낸 윤석춘 대표(54)가 주인공. 삼립식품의 SPC그룹과 CJ제일제당의 CJ그룹은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1, 2위 브랜드를 운영하는 대표 경쟁업체다. 윤 신임 대표는 CJ제일제당에서 식품과 영업을 총괄했던 인물로 지난해 삼립에 영입됐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체들이 정통 내부 인사를 수혈하거나 경쟁사 대표를 영입하는 방법으로 불황 타개책을 세우고 있다" 면서 "올해 경영 강화를 통해 내수 부진 해결, 해외 진출 방안 등을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