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 미국 동부의 대표적인 한인 밀집지역이다. 최근 이곳에서 한국에서의 ‘골목상권’ 논란이 재현되고 있다. 파리바게뜨(SPC그룹)에 이어 뚜레쥬르(CJ푸드빌), 카페베네 등 한국의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잇따라 점포를 내면서 교포들이 운영하는 영세 빵집과 커피숍들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것.

교포 사업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건 좋지만, 주류 상권에서 현지 업체들과 승부해야지 왜 동포들이 수십년간 어렵게 일궈놓은 골목상권을 망가뜨리냐”며 비난하고 있다. 카페베네 팰리세이즈파크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한 한인 커피숍 지배인은 2일(현지시간) “올해 초 카페베네와 뚜레쥬르가 나란히 문을 연 이후 하루 매출이 30%가량 줄었다”며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출점을 제한하는 법이 여기에서도 생겼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좀 더 많은 의견을 듣고 싶어 바로 옆에 있는 빵집에 들어가 봤다. ‘팰리세이즈파크 베이커리’라는 이름의 허름한 빵집으로 미국인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갖춘 파리바게뜨, 뚜레쥬르와 비교하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였지만, 이곳 점원들의 대답은 완전히 달랐다. 한국 프랜차이즈들의 진출이 매출에 전혀 타격을 주지 않는다는 것.

셰릴이라는 이름의 점원은 “70년 전에 이 자리에 생긴 베이커리를 35년 전 현재의 주인이 인수했으며, 지금도 그 당시와 똑같은 방식으로 직접 빵을 굽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인기있는 제품은 호두파이로 한국 손님들이 생일 같은 기념일에 많이 사간다”고 했다.

때마침 점포에 들어온 중년의 한국인 남성은 “이 집 호두파이는 지역의 명물”이라며 “이 동네에 오래 산 사람들은 모두 이 빵집만 찾는다”고 말했다. 데비라는 이름의 미국인 여성은 “던킨도너츠에서 1달러에 파는 도넛보다 이곳에서 65센트에 파는 도넛이 훨씬 품질이 좋다”며 “한국 대기업 빵집도 가봤지만 이 베이커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미국에서 한인 상권을 잠식하는 것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팰리세이즈파크 베이커리’는 대기업을 탓하지 않았다. 그럴 시간에 어떤 환경도 이겨낼 수 있도록 자신의 경쟁력에 집중해 단골을 확보했다.

유창재 뉴욕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