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취득세·양도소득세 감면 기준과 시기를 놓고 혼란이 가중돼 주택거래는 거의 끊겼다. 사진은 고양시 식사지구 아파트단지. 한경DB
‘4·1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취득세·양도소득세 감면 기준과 시기를 놓고 혼란이 가중돼 주택거래는 거의 끊겼다. 사진은 고양시 식사지구 아파트단지. 한경DB
“부동산 대책발표 이후 문의는 크게 늘었지만 거래는 단 한 건도 없어요. 취득세·양도세 감면 기준과 시기가 결정되지 않아 집을 사려던 사람마저도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서울 상도동 삼양공인 송용석 대표)

주택거래를 정상화하기 위한 ‘4·1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지만 부동산 시장에선 오히려 매매가 끊기는 ‘거래실종’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도 세금 감면 혜택을 보기 위해 부동산 대책 내용이 확정된 다음에 계약하겠다고 거래를 미루고 있어서다.

◆기대치만 높여 관망세 확산

"지금 누가 집을 사겠어요"…실수요자마저 관망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이번 대책이 기대치만 높여 실제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인근 아세아공인 관계자는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향후 전망 등을 묻는 전화는 크게 늘었지만 주택 매매로 이어지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서울 강북 지역에서도 집주인과 매수자의 호가 차이로 인한 ‘거래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 길음동의 우리대우공인 전종원 대표는 “시장이 어려워도 지난달 말까지는 더러 계약서를 쓰곤 했는데 지금은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서울 상계동 효성공인 관계자도 “취득세 감면 6개월 연장안이 통과돼 겨우 거래에 숨통이 트이나 싶었는데 시장을 살리겠다는 부동산 대책에도 오히려 거래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수직증축(층수 올리기) 리모델링이 허용돼 기대감이 커진 분당·일산·평촌 등 수도권 신도시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매화마을 주공 아파트 인근 W공인 관계자는 “매물도 많이 줄었지만 거래도 크게 감소했다”고 전했다. 평촌신도시 평촌동 부영공인 관계자는 “오히려 거래가 뚝 끊겨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확정된 게 하나도 없는데 누가 집을 사겠느냐”고 반문했다.

◆모델하우스 인파… 가계약만 맺어

분양시장에도 수요자들의 관심이 부쩍 늘었지만 ‘거래실종’이 발생하고 있다. 모델하우스에는 방문객들로 넘쳐나고 있지만 정식으로 계약하지 않고 위약금 없이 언제든지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가계약만 늘어날 뿐이다.

현대산업개발의 한 관계자는 “경기 고양시에서 분양 중인 아파트에 문의전화가 늘긴 했지만 계약은 거의 없다”며 “이러다가 정부 대책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어려움이 더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거래실종’ 여파로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시장도 약보합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과 신도시의 아파트 시세는 0.01%씩 떨어졌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세금감면 기준과 시기를 놓고 정치권이 계속 혼선을 빚을 경우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며 “거래가 급감하는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시장 침체가 심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