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전문그룹 하림이 도시락 사업에 진출한다.

시스템 돈육과 사료 사업, 홈쇼핑 등에 이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도시락 프랜차이즈까지 사업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일본 도시락 전문기업 '유노타니(ゆのたに)'와 손잡고 프리미엄 도시락 프랜차이즈 사업에 착수했다. 오피스빌딩 밀집 지역인 서울 여의도에 프랜차이즈 1호점 개설을 목표로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1월 하림그룹 최상위 지주사인 제일홀딩스와 유노타니가 각각 50%씩 지분을 투자해 신설 합작법인 (주)하림유노타니를 설립했다.

하림은 그룹 역량을 발휘해 양질의 국내산 식재료를 조달하고, 유노타니는 앞선 일본의 도시락 제조 및 쌀 가공 기술을 제공하게 된다. 또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도시락 산업의 본고장인 일본에도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유노타니는 지난달 초 철원군친환경농업단체연합회 등과 생산·유통 업무협약을 맺고 2012년산 무농약 오대쌀 20톤과 2013년산 200톤도 이미 확보했다.

프리미엄 도시락 프랜차이즈를 표방하며 주재료부터 특화된 국내산 청정 쌀을 사용해 승부를 걸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국내 도시락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육계시장 부동의 1위라는 지위와 시스템 돈육 등 여타 육류 생산 및 유통 노하우를 접목하면 파괴력이 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중견그룹 중에서는 동원수산이 지난해 일본의 최대 도시락 전문업체 플레나스사와 손잡고 국내 도시락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동원수산은 'YK푸드서비스' 합작법인을 설립해 일본 내 저명한 외식 브랜드인 '호토모토(Hotto Motto)'를 국내에 들여와 도시락 전문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도시락 시장이 성숙기에 달한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편의점 업체와 도시락 프랜차이즈, 중소외식업체를 모두 합쳐도 연간 시장 규모가 2조원을 넘지 못할 것이란 추산이다.

하지만 1인 가구와 노인 인구, 워킹 맘이 늘어나는 '3증(增) 현상'에 힘입어 국내 도시락 시장의 성장은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중·고가 도시락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박애란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림그룹이 조류인플루엔자(AI)나 구제역과 같이 예측 불가능한 요인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신선육 생산 중심에서 육가공과 소매 채널을 확대해 사업 안정화를 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양질의 국내산 재료와 일본 최고 도시락 기업의 기술이 접목되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림그룹이 식재료 생산부터 가공 유통 판매까지 밸류체인을 완성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