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 쇼핑 국경 무너뜨렸다 1] '해외 직구' 뭐길래…2030女 푹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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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유통업체들은 신시장 개척에 목이 마르다. 내수시장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전통 채널을 통해 판매했던 명품업체들도 울상이다. 불황도 명품은 피해간다는 이야기가 옛말이 됐다. 하지만 불황이 고마운 유통업체들도 등장했다. 해외 직접구매(직구) 시장이다. 해외 직구는 유통업계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한경닷컴은 해외 직구 현장을 살펴봤다. 지난 1~7일 국내 최대 해외배송 대행 서비스 '몰테일'의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슨과 뉴저지주의 물류센터를 찾았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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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이선하 씨(29)는 최근 유행하는 토리버치 가방을 사고 싶었지만 선뜻 지갑을 열지 못했다. 평소 가방, 화장품 등에 관심이 많았으나 물가가 올라 생활비 지출이 늘었기 때문. 백화점에서 본 토리버치 가방 가격은 약 90만 원. 이씨는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던 중 해외 직구를 추천받았다. 직구를 통해 같은 제품 가격을 알아 보니 배송비를 포함해 45만 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소위 '간장녀'라고 불리는 주부 백상은 씨(31)도 해외 직구에 푹 빠졌다. 27개월 된 딸에게 해외 브랜드 옷을 저렴한 가격에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백씨는 "해외 직구를 통해 미국 브랜드 '폴로'에서 아기 옷을 사면 한국에서 살 때보다 최대 70% 까지 싸다"고 소개했다. "세일 시즌을 이용하면 한국에서 웬만한 옷을 사는 것보다 저렴해 지출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씨와 백씨는 다소 다른 성향의 소비법을 갖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해외 직구에 열광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양질의 해외 브랜드를 국내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것.
해외 직구는 외국의 오픈마켓, 의류 브랜드 등의 사이트에서 제품을 직접 주문해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해외배송 대행업체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들 업체의 물류센터는 대부분 소비세가 없거나 낮은 지역에 위치해 있다. 미국에선 뉴저지, 댈러웨어 등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은 물건을 주문할 때 배송지를 이 지역의 물류센터 주소로 적고, 배송대행업체가 대신 물건을 받아 한국에 보내주는 식이다. 소비자는 현지 판매가격에 배송비만 추가하는 셈.
공식 수입원을 통해 한국에 들어올 때보다 싼 가격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또 한국으로 수입되지 않는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라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 가격이 150달러에서 200달러로 늘어난 것도 해외 직구 시장을 키우는 요인이다. 의류, 신발, 서적, DVD·CD 등의 품목에서 200달러 이하 면세 한도가 적용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인터넷쇼핑 규모는 6억4000만 달러.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2009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한 몰테일의 배송대행건수도 4년 만에 급격하게 늘었다. 2010년 7만6000건 수준이던 해외배송 대행건수는 1년 뒤 57만 건으로 약 8배 뛰었다. 지난해에는 84만 건으로 전년 대비 약 47% 증가했다.
서인수 아시아나 뉴욕화물지점장은 "2~3년 전까지만 해도 배송물품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의 부품 또는 화학제품이 대다수였지만 최근 들어 소비재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인천국제공항으로 보내지는 개인 특송화물은 전체 비중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메인 품목이 됐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해외직구를 불황이 키운 시장으로 보고 있다. 현명한 소비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해외 직구 수요가 늘었다는 것.
김상현 한국유통학회장은 "외국 경험이 있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해외와 국내의 제품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진 것도 해외직구 시장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또 "가격에 민감한 소비계층이 넓어지고 과거에 비해 환율 변동이 심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뉴저지=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일러스트 임성훈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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