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베르디는 26편의 ‘멜로드라마’를 썼다. 그의 멜로드라마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페라다. 오페라는 이탈리아어 ‘오페라 인 무지카(opera in musica)’가 알프스를 넘어 수출되면서 줄어든 말이다. 이탈리아어로 오페라는 그냥 ‘작품’이다. 누가 뭔가를 만들어 내면 그게 미술 작품이건 바느질이건 모두 오페라다. 특별히 음악 작품 오페라를 말하려면 수식어가 붙어야 한다.
베르디는 멜로드라마라는 용어를 즐겨 썼다. 지금은 멜로드라마가 ‘주로 연애를 하는 감상적·통속적 대중극’으로 통하지만 원래는 음악(melos)과 연극(drama)의 합성어였다. 문자 그대로 악극을 뜻한다. 베르디의 오페라는 악극이기도 하지만 현대적 의미의 멜로드라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의 오페라 역시 대부분 연애를 주제로 했고 감상적이고 통속적이었다. 오죽하면 “테너와 소프라노가 사랑하려 들면 바리톤이 방해하는 것”이 이탈리아 오페라라는 말까지 있었을까.
오른쪽이 베르디. 왼쪽은 대본가 보이토.
《베르디 오페라, 이탈리아를 노래하다》는 ‘베르디언’을 자처하는 역사학자가 쓴 책이다. 베르디의 음악을 누구보다 좋아한다는 저자는 음악 대신 전공을 살려 19세기 이탈리아의 독립·통일 운동(리소르지멘토)과 베르디를 연관시키고 있다.
저자는 “베르디 시절의 멜로드라마가 현대적 함의와 명백하게 분리되는 지점은 ‘소재’에 있다”고 말한다. 베르디의 대부분 작품은 사극이다.
하지만 베르디는 검열의 위협이 살아 있던 시절에 작품을 만들면서 현안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극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나부코’ ‘에르나니’ 등의 사극을 통해 베르디는 이탈리아 민중들의 단합을 이끌어 냈다. ‘나부코’에서 히브리 노예들이 조국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가라 꿈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나 ‘에르나니’의 산적들이 합창하는 ‘일어나라 카스티야의 사자여’를 두고 이탈리아인들은 열광했다. “마치니, 가리발디, 카부르가 이탈리아 건국 삼총사라면 베르디는 달타냥”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이탈리아 제1차 독립 전쟁의 열기가 가라앉은 1850년대 베르디는 오페라 가수 스트레포니와 벌인 스캔들과 이로 인한 가족과의 불화가 반영된 ‘리골레토’ ‘일 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 등을 발표했다.
하지만 1860년대 들어 베르디는 정치인으로서 통일운동에 적극 가담해 이탈리아 왕국 초대 의원으로 활동했다. 스스로를 ‘오랫동안 작곡을 하는 바보짓을 했던 중부 이탈리아 대표’라고 부르기도 했다. ‘국민찬가’ ‘동 카를로스’ ‘아이다’ 등 정치색 짙은 오페라를 만들며 ‘이탈리아 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Vittorio Emanuele Re D’Italia, 줄이면 VERDI)’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비극을 위주로 만들었던 베르디가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이 희곡인 ‘팔스타프’란 점도 흥미롭다. “모든 것은 그저 농담일 뿐이야”라는 말은 베르디의 유언과도 같다. 저자는 “베르디는 ‘팔스타프’를 통해 사후 파시스트에 독점된 동갑내기 작곡가 바그너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일상의 사물 비틀어문제의식 조명하는 모나 하툼첫 한국 개인전약장에 든 수류탄·가시 달린 휠체어머리카락으로 만든 목걸이 등익숙함에 대한 새로운 시각 제시1995년 프랑스 보르도의 까르띠에 매장 앞, 사람들이 웅성이며 모였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쇼윈도 너머. 반짝이는 보석이 있어야 할 자리에 푸석푸석한 털뭉치들이 마치 고급 주얼리인양 전시돼 있다.이 주얼리의 정체는 아티스트 모나 하툼(Mona Hatoum)의 작품 ‘Hair necklace’. 털뭉치를 알알이 엮어 만든 목걸이로, 독특한 재료를 사용했다. 바로 작가의 머리카락이다. 하툼은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머리카락을 수 개월간 모아 작품을 완성했다. 천연 곱슬머리 덕에 어렵지 않게 구슬 형태로 완성할 수 있었다.29년이 흐른 지금, 서울 한복판에서 이 목걸이의 실버 에디션이 공개됐다. 세월이 흘러 희끗해진 작가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Hair Necklac(silver)’다. 서울 강남구 화이트큐브에서 열린 하툼의 개인전에서 이 작품을 포함해 총 20여 점의 대표작과 신작이 공개됐다.이번 전시는 프랑스, 영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 온 작가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여는 개인전이다. 1999년작부터 가장 최근에 제작한 조각, 설치물, 드로잉 작업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작가의 예술 세계를 만날 수 있다.익숙한 것의 배신, 낯설게 보기의 예술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모나 하툼은 모순된 요소를 한데 엮어 예상치 못한 대비를 만들어낸다. 바닥에 떨어진 보잘것 없는 머리카락으로 하이패션 주얼리를 만드는가 하면, 몸을 지탱할 수 있도록 단단해야 할 지팡이는 고무로 만들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대한항공이 기존에 ‘태극 마크’로 대표되는 기업 이미지(CI)를 41년 만에 바꾸고, 항공기 도장(리버리)도 간결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새단장한다.대한항공은 11일 서울 강서구 본사 격납고에서 ‘라이징 나이트’ 행사를 열어 새 로고와 CI 등을 공개했다. 새 로고는 태극마크 심벌과 항공사명을 표기한 로고 타입 ‘KOREAN AIR’를 나란히 배치한 형태다. 심벌은 기존 태극마크 형태를 유지하되 색상의 경우 고유한 짙은 푸른빛인 ‘대한항공 다크 블루’ 단색으로 깔끔해졌다.대한항공은 “절제된 표현 방식으로 현대적 이미지를 구현해 통합 항공사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모던함을 강조했다. 대한민국 대표 국적 항공사에 어울리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를 담았다”며 “태극마크를 이루는 우아한 선으로 역동적 에너지와 아름다움을 표현했다”고 소개했다.이번 디자인 변경은 모던함과 미니멀리즘이 트렌드인 주요 글로벌 항공사 추세에 발맞추면서 동시에 대한항공 고유의 헤리티지(전통)를 계승한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대한항공은 심벌과 로고 타입 ‘KOREAN AIR’를 모두 표기한 방식, 심벌과 로고 타입을 ‘KOREAN’으로 간결하게 표현한 방식, 심벌만 사용한 방식 3가지를 고루 활용할 계획. 아울러 브랜드 이미지 통일을 위해 전용 서체와 아이콘도 개발했다.항공기 외부 디자인에 새 CI를 입힌 새 도장(리버리)도 선보였다. 지난해 7월 도입한 보잉 787-10 신형기가 새 로고가 적용돼 오는 12일 오전 인천에서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으로 향하는 KE703편에 처음 투입될 예정이다.새 항공기 도장의 측면 앞부분에는 ‘KOREAN’을 큼지막하게 새겼다
독일 베를린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한국 출신 아티스트의 전시를 접하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20세기 이후 격동의 시간을 지나며 한국은 경제적·문화적 성장을 이뤄냈고, 독특한 국가적 환경을 예술의 자양분으로 활용하는 동시대 한국 미술가들은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다.지난달 28일 베를린 함부르거 반호프 미술관에서 열린 미디어 아티스트 김아영(46·사진)의 개인전 ‘Many Worlds Over’는 전시 자체의 완성도만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LG 구겐하임 어워드(2025), 국립아시아문화전당 ACC 미래상(2024), 오스트리아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골든 니카상(2023) 등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김아영은 인간과 기계, 사물의 경계를 허무는 ‘사변적 서사’를 통해 자본주의, 경계성, 시간성 등을 심층적으로 탐구하며 미래를 모색하는 예술을 실천해 왔다.◇한국인 최초 LG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서울에서 태어난 김 작가는 한국에서 시각디자인을, 영국에서 사진과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그는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게임 엔진 등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작업에 도입하면서도 그것이 단지 도구에 머물지 않도록 엮어낸다.이번 개인전에 신작은 없지만 독일 미술관에서 열리는 첫 개인전이어서 그의 작품 세계를 더 넓은 관객층에 선보이는 작업이 전시됐다. 샘 바다우일 함부르거 반호프 공동 미술관장과 샬로테 크나우프 큐레이터가 공동 기획한 이 전시는 2022년부터 전개된 ‘딜리버리 댄서’의 다중 세계관에서 연계되고 확장된 작품 ‘딜리버리 댄서의 구’ ‘딜리버리 댄서 시뮬레이션’ ‘고스트 댄서’ ‘궤도 댄스’와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