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시장 휩쓰는 유커…프라다 3개중 1개 중국인이 구입
14억 중국 인구 중 여권을 가진 사람은 3%뿐이다. 하지만 이들이 지난해 해외여행을 통해 쓴 돈은 전년보다 40% 늘어난 1020억달러(약 115조원)다. 독일, 미국(각 840억달러) 등을 제치고 해외여행 지출 규모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류인플루엔자(AI)와 대기오염, 미국 일본 등의 비자 완화가 중국인의 해외여행을 더 부추기면서 여행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해외여행자 수는 전년 대비 58% 급증, 8300만명을 넘어섰다.

중국의 여행 열풍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건 해외 명품업체다. 지난해 중국인의 명품 구입 중 3분의 2는 해외에서 이뤄졌다. 중국인들이 예전에는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로고가 크고 화려한 명품을 선호했다면 이제 자국에서 덜 알려진 차별화된 브랜드를 찾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수시장 선점보다 해외 마케팅 강화에 더 힘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WSJ는 이탈리아 가죽 브랜드 토즈와 보테가베네타, 미국 브랜드 코치 등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의 전망이 밝다고 진단했다. HSBC의 분석에 따르면 토즈 고객의 12%, 에르메스 고객의 7%, 코치 고객의 8%만이 중국인이다. 반면 중국 시장을 선점한 프라다그룹 상품에 대한 중국인 구매 비율은 33%, 스와치그룹 상품에 대한 구매율은 41%에 이른다.

에르완 램버그 HSBC 소비자 브랜드 소매 부문 대표는 “중국에선 명품이 더 비싼 데다 남들에게 파리에서 이 제품을 샀다는 식으로 자랑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중국인들이 해외에 나가 시계나 가방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그는 “루이비통 등 중국에 최초로 진출한 브랜드는 오히려 불이익을 겪고 있다”며 “중국 매장은 점점 전시장에 불과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텔업계도 움직이고 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샹그릴라호텔리조트는 중국 관광객 특수로 파리 지점에서 큰 수익을 올렸고, 올해 런던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인터컨티넨탈호텔과 힐튼호텔 등 중국인에게 친숙한 호텔 체인은 중국 관광객 수요에 맞춰 세계 각 지점에 중국 식당을 입점시키고 중국어에 능통한 매니저를 새로 채용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