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사랑도 노하우…연애의 기술 '속성과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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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법·유머·데이트 매너 등 족집게 전수…전문 업체 성황
학생때 학원과외 받듯 '픽업 아티스트' 찾아 수업받아…1시간 상담료 10만~20만원
40~50대 이용자도 꾸준히 늘어…코스닥기업까지 상담업 진출
하룻밤 만남·탈선 조장 등 범죄 창구로 악용 우려도
학생때 학원과외 받듯 '픽업 아티스트' 찾아 수업받아…1시간 상담료 10만~20만원
40~50대 이용자도 꾸준히 늘어…코스닥기업까지 상담업 진출
하룻밤 만남·탈선 조장 등 범죄 창구로 악용 우려도
#치매 치료제 및 진통제를 생산하는 코스닥상장 제약사인 메디프론은 2010년부터 콘텐츠 사업부를 만들어 신사업에 진출했다. 분야는 다소 생소한 연애 카운슬링 사업. 상담사 확보 등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정식 출범했다. 현재 상담사는 7명에 하루 고객은 20여명. 회사로 전화를 걸면 상담사로 바로 연결된다. 가격은 분당 3000원. 회사 관계자는 “20대부터 50대까지 고객층이 다양하고 상담전화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30대 초반, 신장 180㎝, 유명 사립대 졸업.’ 올초 국내 금융회사에 단번에 붙은 김모씨(32)의 이력이다. 이 정도 스펙이면 어느 결혼정보업체에 내밀어도 A급 고객으로 손색없다. 김모씨는 이처럼 화려한 스펙에도 불구, 친구들의 도움으로 소개팅만 300번을 했고,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거듭된 연애 실패는 김씨를 깊은 자괴감으로 몰아넣었다. 연애 결혼을 꿈꾸고 있는 김씨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뜨고 있는 연애상담사(러브닥터)를 찾아 “도대체 실패의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연애에 서툰 30대 학원키드(학원에서 모든 걸 배워온 세대)들과 새로운 인생설계를 앞두고 있는 돌싱(이혼자), 결혼적령기를 훌쩍 넘겨버린 40, 50대들이 맞춤형 연애기술을 멘토링해주는 러브닥터들에게 열광하고 있다.
연애상담사업은 인터넷에서 개인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해주던 소호(SOHO)단계를 지나 코스닥 상장기업이 심리학을 전공한 전문 상담사를 채용해 운영하는 사업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ㅇㅇ카운셀러’ ‘ㅇㅇ스토리텔링’ 등 온라인상에서만 10여곳이 성업 중이다. 미국에선 2005년 데이트 코치를 해주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미스터 히치’의 상영을 계기로 연애상담사업이 급신장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급격한 성윤리의 붕괴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랑없는 섹스에 초점을 맞춘 연애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일부 상담사(픽업아티스트)들은 일탈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익명성 보장…고객층은 20~50대
러브닥터를 찾는 사람들이 최근 급속히 증가하면서 연애상담업도 활황을 맞고 있다. 고액의 상담료를 받고 전문 상담을 하는 업체들만 온라인 상에 10여개다. 일부 업체는 월 평균 수입이 1억원에 달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프론이 운영하는 연애상담소 러브카운셀러의 권모 실장은 “미국의 경우 이 같은 카운슬링 사업이 엄청난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며 “국내 시장은 이제 시작이어서 시장 규모는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상담업체는 1시간당 10만~20만원의 상담료를 받는다. 연애상담업체 ‘ㅇㅇ카운셀러’의 경우 분당 3000원의 상담료를 받는데, 하루평균 이용자는 20여명에 이른다. 연애상담업체의 사활은 우수한 전문 상담사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연애 파워블로거, 연애심리 관련 저자 등을 발굴해 연애상담사 계약을 맺는다. 수익은 통상 절반씩 나눠 가진다.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가진 일부 전문 연애상담사는 상담으로만 400여만원의 월수입을 올리고 있다.
고객들의 연령과 사연도 다양하다. 성관계만 요구하는 남자 친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20대 여성, 오랜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했지만 권태기를 하소연하는 커플, 잠자리를 거부하는 국제변호사 남편과 이혼을 앞둔 30대 여성, 남편과의 권태기에 갑자기 찾아온 사랑에 고민하는 50대 여성, 남자친구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집착하는 30대 여성 등등.
상담사들에 따르면 10건 중 7건은 평범한 연애상담이다. 나머지는 불륜이나 병적인 집착 등 극단적인 경우다. 연애상담사 권모씨는 “연애 상담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고객에겐 문제를 회피하고 고통을 잠시 잊는 짧은 휴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20·30대 학원키드, 연애기술도 단기속성
전문가들은 20~30대들이 상담소의 문을 두드리는 건 서툰 인간관계 탓이라고 지적했다. 태어나 한글을 배우면서부터 선행 학습에 길들여진 학원키드들이 연애조차 속성으로 배우려고 학원을 찾는다는 분석이다. 주입식 교육의 병폐가 연애에도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과 교수는 “20~30대는 모든 것을 학원에 다니며 배운 세대라 몸으로 경험해 얻으려 하기보다 쉽고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을 선호한다”며 “연애도 학원수강을 통해 배우려는 수요가 연애상담소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 교수는 “연애능력은 시련의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강화되는데도 20~30대는 단기 속성으로 연애 성공법을 얻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40~50대 중년들의 연애상담도 자연스러운 문화적 기류로 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많다. 시대 변화에서 생겨난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상실의 시대’에 감정의 공론화(公論化)가 진행된 것은 오히려 사회적 순기능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멘토와 힐링의 시대에 연애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이전에는 결혼이나 연애 생활에 불만이 있어도 참아냈지만 지금은 불편함을 감수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모색한다는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직업도, 결혼도 평생보장이 사라진 시대”라며 “사랑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고 멘토를 찾아 고민을 나누고 해결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순기능이 있다”고 강조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특정 시기에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대상을 찾아나서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며 “1부1처제로 억눌린 이 같은 본성이 시대적 변화와 맞물려 연애상담업을 성업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이혼 부부는 11만4300여쌍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이혼율 1위를 기록했다. 결혼 20년차 이상 부부들의 황혼이혼 비율은 1990년 5.2%에서 2011년 24.8%로 5배가량 급증했다.
○선행·속성학습 대신 감성교육 전환 필요
전문가들은 깊은 인간관계를 쌓아갈 수 있는 다양한 감성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교 교육이 입시에 쏠리면서 이성과 어떻게 공감하고 이해해야 하는지 전혀 학습돼 있지 않은 것이 큰 문제”라며 “몸은 성인이지만 타인에 대한 이해력이 현저히 떨어지다보니 성인이 돼서도 연애상담사의 도움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타인과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에 대한 교육과정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입식’ 연애 상담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곽금주 교수는 “두 사람의 애정은 결국 두 사람만의 관계”라며 “이를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려고 하면 초기에는 모르지만 결국 한계에 이르게 마련”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계속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맡기게 되면 진솔한 자신의 마음을 알리기도, 파악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정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빗나간 픽업아티스트(이성 유혹전문가)들에게 배운 내용을 실천하는 남성들은 범죄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훈/홍선표 기자 lizi@hankyung.com
#‘30대 초반, 신장 180㎝, 유명 사립대 졸업.’ 올초 국내 금융회사에 단번에 붙은 김모씨(32)의 이력이다. 이 정도 스펙이면 어느 결혼정보업체에 내밀어도 A급 고객으로 손색없다. 김모씨는 이처럼 화려한 스펙에도 불구, 친구들의 도움으로 소개팅만 300번을 했고,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거듭된 연애 실패는 김씨를 깊은 자괴감으로 몰아넣었다. 연애 결혼을 꿈꾸고 있는 김씨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뜨고 있는 연애상담사(러브닥터)를 찾아 “도대체 실패의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연애에 서툰 30대 학원키드(학원에서 모든 걸 배워온 세대)들과 새로운 인생설계를 앞두고 있는 돌싱(이혼자), 결혼적령기를 훌쩍 넘겨버린 40, 50대들이 맞춤형 연애기술을 멘토링해주는 러브닥터들에게 열광하고 있다.
연애상담사업은 인터넷에서 개인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해주던 소호(SOHO)단계를 지나 코스닥 상장기업이 심리학을 전공한 전문 상담사를 채용해 운영하는 사업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ㅇㅇ카운셀러’ ‘ㅇㅇ스토리텔링’ 등 온라인상에서만 10여곳이 성업 중이다. 미국에선 2005년 데이트 코치를 해주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미스터 히치’의 상영을 계기로 연애상담사업이 급신장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급격한 성윤리의 붕괴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랑없는 섹스에 초점을 맞춘 연애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일부 상담사(픽업아티스트)들은 일탈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익명성 보장…고객층은 20~50대
러브닥터를 찾는 사람들이 최근 급속히 증가하면서 연애상담업도 활황을 맞고 있다. 고액의 상담료를 받고 전문 상담을 하는 업체들만 온라인 상에 10여개다. 일부 업체는 월 평균 수입이 1억원에 달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프론이 운영하는 연애상담소 러브카운셀러의 권모 실장은 “미국의 경우 이 같은 카운슬링 사업이 엄청난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며 “국내 시장은 이제 시작이어서 시장 규모는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상담업체는 1시간당 10만~20만원의 상담료를 받는다. 연애상담업체 ‘ㅇㅇ카운셀러’의 경우 분당 3000원의 상담료를 받는데, 하루평균 이용자는 20여명에 이른다. 연애상담업체의 사활은 우수한 전문 상담사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연애 파워블로거, 연애심리 관련 저자 등을 발굴해 연애상담사 계약을 맺는다. 수익은 통상 절반씩 나눠 가진다.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가진 일부 전문 연애상담사는 상담으로만 400여만원의 월수입을 올리고 있다.
고객들의 연령과 사연도 다양하다. 성관계만 요구하는 남자 친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20대 여성, 오랜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했지만 권태기를 하소연하는 커플, 잠자리를 거부하는 국제변호사 남편과 이혼을 앞둔 30대 여성, 남편과의 권태기에 갑자기 찾아온 사랑에 고민하는 50대 여성, 남자친구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집착하는 30대 여성 등등.
상담사들에 따르면 10건 중 7건은 평범한 연애상담이다. 나머지는 불륜이나 병적인 집착 등 극단적인 경우다. 연애상담사 권모씨는 “연애 상담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고객에겐 문제를 회피하고 고통을 잠시 잊는 짧은 휴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20·30대 학원키드, 연애기술도 단기속성
전문가들은 20~30대들이 상담소의 문을 두드리는 건 서툰 인간관계 탓이라고 지적했다. 태어나 한글을 배우면서부터 선행 학습에 길들여진 학원키드들이 연애조차 속성으로 배우려고 학원을 찾는다는 분석이다. 주입식 교육의 병폐가 연애에도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과 교수는 “20~30대는 모든 것을 학원에 다니며 배운 세대라 몸으로 경험해 얻으려 하기보다 쉽고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을 선호한다”며 “연애도 학원수강을 통해 배우려는 수요가 연애상담소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 교수는 “연애능력은 시련의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강화되는데도 20~30대는 단기 속성으로 연애 성공법을 얻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40~50대 중년들의 연애상담도 자연스러운 문화적 기류로 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많다. 시대 변화에서 생겨난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상실의 시대’에 감정의 공론화(公論化)가 진행된 것은 오히려 사회적 순기능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멘토와 힐링의 시대에 연애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이전에는 결혼이나 연애 생활에 불만이 있어도 참아냈지만 지금은 불편함을 감수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모색한다는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직업도, 결혼도 평생보장이 사라진 시대”라며 “사랑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고 멘토를 찾아 고민을 나누고 해결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순기능이 있다”고 강조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특정 시기에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대상을 찾아나서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며 “1부1처제로 억눌린 이 같은 본성이 시대적 변화와 맞물려 연애상담업을 성업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이혼 부부는 11만4300여쌍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이혼율 1위를 기록했다. 결혼 20년차 이상 부부들의 황혼이혼 비율은 1990년 5.2%에서 2011년 24.8%로 5배가량 급증했다.
○선행·속성학습 대신 감성교육 전환 필요
전문가들은 깊은 인간관계를 쌓아갈 수 있는 다양한 감성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교 교육이 입시에 쏠리면서 이성과 어떻게 공감하고 이해해야 하는지 전혀 학습돼 있지 않은 것이 큰 문제”라며 “몸은 성인이지만 타인에 대한 이해력이 현저히 떨어지다보니 성인이 돼서도 연애상담사의 도움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타인과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에 대한 교육과정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입식’ 연애 상담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곽금주 교수는 “두 사람의 애정은 결국 두 사람만의 관계”라며 “이를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려고 하면 초기에는 모르지만 결국 한계에 이르게 마련”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계속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맡기게 되면 진솔한 자신의 마음을 알리기도, 파악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정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빗나간 픽업아티스트(이성 유혹전문가)들에게 배운 내용을 실천하는 남성들은 범죄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훈/홍선표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