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수익률 사냥꾼 '김 사장'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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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슈퍼리치 해외공략
2009년 저평가 된 미국 주식 쓸어담아 '대박'
2011년 유럽 재정위기때 외화채권 베팅해 25% '수익'
원자재 선물 1500억원대 투자도
국내 알려지지 않은 종목 발굴…주문 넣는 '선수' 늘어
페어 트레이딩 등 헤지펀드 기법 사용하기도
2009년 저평가 된 미국 주식 쓸어담아 '대박'
2011년 유럽 재정위기때 외화채권 베팅해 25% '수익'
원자재 선물 1500억원대 투자도
국내 알려지지 않은 종목 발굴…주문 넣는 '선수' 늘어
페어 트레이딩 등 헤지펀드 기법 사용하기도
고액자산가들이 해외에서 큰돈을 굴리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 때문이다. 기회를 잘 잡는다면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증권사와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변동성이 커지면서 특정 방향으로 쏠림현상이 심해질 때 흐름을 잘 타 고수익을 실현한 고액자산가들이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투자 종목도 주식, 채권, 헤지펀드, 외환 선물, 원자재 등 가리지 않는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최첨단 ‘수익률 사냥꾼’인 셈이다.
○2005년부터 해외시장으로 눈돌려
고액자산가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2005년께부터다. 당시 홍콩과 일본 증시가 초강세를 보이자 해외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대규모 손실을 보는 이들이 속출하자 해외 투자는 얼어붙었다. 그러다가 2009년 헐값이 된 미국 주식을 쓸어담는 자산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수연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사업부장은 “2009년 3~4월 미국 주가가 최저점일 때 대형 은행주와 초우량 정보기술(IT) 및 제조업체 주식을 중심으로 수십억원 규모의 대규모 매수 주문이 이어졌다”며 “금융위기가 파국을 피하고 진정되면서 향후 주가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 우량주 주가는 GE가 7.06달러, 씨티은행이 10.30달러, 애플이 85.30달러에 불과했다. 몇 년 뒤 최고가 기준으로 GE는 23.77달러, 씨티은행은 52.30달러, 애플은 667.10달러까지 각각 치솟았다.
유럽 재정위기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을 때 오히려 해외 채권에 수십억원을 베팅해 상당한 수익을 낸 자산가들도 생겨났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고액자산가들은 도이체방크, 스탠다드차타드, 크레디아그리콜, HSBC, BNP파리바 등이 발행한 외화 표시 영구채권(하이브리드 채권)을 수십억원어치 매수했다. 이들 채권의 가격은 지난해 재정위기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25%가량 상승했다. 수수료와 환헤지 비용 등을 제외하더라도 20% 내외의 수익률을 거둔 셈이다. 이렇게 해외 투자를 맛보기 시작하는 자산가들이 늘어나면서 점차 규모가 커지고 투자기법도 다양해지고 있다는 게 이들을 상대하는 PB들의 설명이다.
○미국 부동산·원자재 선물 등에 투자
고액자산가들의 투자 형태는 다양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큰 흐름 속에서 어디에 투자해야 고수익을 낼 수 있을지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이 공통점으로 꼽힌다. 50대 자산가 A씨는 지난해 미국 부동산 경기 회복 기미를 알아차리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 상당한 재미를 봤다. A씨는 2011년 11월 미국 다우존스 부동산 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인 ‘프로셰어울트라리얼에스테이트’를 약 100만달러어치 매수했다. 매입 당시 47달러 선이던 주가는 계속 상승해 지난 11일 87.12달러를 기록했다. 민성현 삼성증권 해외주식팀 과장은 “지난해 하반기 자산가들은 레나, KB홈, 톨브러더스 등 미국 주택건설업체 종목을 발굴해 주문을 넣었다”며 “종종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종목들을 매입하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자산가들은 외환과 원자재 선물에 투자해 고수익을 노리기도 한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몇몇 자산가들은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증거금으로 300만~500만달러(약 34억~56억원) 정도를 설정하고 엔화, 금, 구리, 원유, 콩, 밀 등의 선물 거래를 하고 있다. 선물 상품에 따라 증거금의 10~30배까지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300억~1500억원 규모의 선물 거래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PB는 “일부 전문 투자자 가운데는 원자재 선물 투자로 수천억원의 수익을 낸 이들도 있다”며 “식품업체나 석유화학업체의 경우 국제 원자재 흐름을 꿰고 있기 때문에 이들 업체의 고위 임원들이 관련 ETF나 선물투자로 고수익을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투자기법 면에선 헤지펀드가 사용하는 ‘페어 트레이딩’ 전략을 자산가들이 즐겨 쓴다고 한다. 비슷한 업종의 두 종목을 고른 뒤 저평가된 종목은 매수하고 고평가된 종목을 매도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애플’ ‘현대차-도요타’ 등이 자산가들이 즐겨 고르는 페어 트레이딩 대상이다.
○금융자산 비중 계속 늘어날 듯
PB들은 고액자산가들의 해외 투자가 양적·질적으로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전병국 하나대투증권 청담금융센터 상무는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수익률 제고와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 해외 투자는 앞으로 필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게 전 상무의 설명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자사 PB센터 고객 78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한 고객의 37%, 50억~100억원 미만 금융자산을 보유한 고객의 32%가 보유 부동산을 줄이고 금융자산 비중을 높일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도 자산가들이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 이유다. 김진곤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이사는 “해외 고배당주나 채권을 잘 조합하면 국내에서 얻기 힘든 현금흐름을 얻으면서도 안정적인 자산 관리가 가능하다”며 “최근 들어 중요시되고 있는 정기적 수익에 대한 니즈를 만족시키기에 해외 투자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해외 자본 시장을 사냥터로 삼는 ‘김 사장’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또 다른 이유는 현재 자산가들이 해외 투자에 맛을 들이는 단계라는 점이다. 김석호 KDB대우증권 PB클래스 갤러리아 센터장은 “자산가들이 처음 해외 투자를 결정할 때는 무척 어려워하지만 금방 익숙해지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투자 방법을 고안해 문의하곤 한다”며 “자산가들의 해외 투자가 이륙 단계에서 벗어나면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귀동/황정수 기자 claymore@hankyung.com
투자 종목도 주식, 채권, 헤지펀드, 외환 선물, 원자재 등 가리지 않는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최첨단 ‘수익률 사냥꾼’인 셈이다.
○2005년부터 해외시장으로 눈돌려
고액자산가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2005년께부터다. 당시 홍콩과 일본 증시가 초강세를 보이자 해외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대규모 손실을 보는 이들이 속출하자 해외 투자는 얼어붙었다. 그러다가 2009년 헐값이 된 미국 주식을 쓸어담는 자산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수연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사업부장은 “2009년 3~4월 미국 주가가 최저점일 때 대형 은행주와 초우량 정보기술(IT) 및 제조업체 주식을 중심으로 수십억원 규모의 대규모 매수 주문이 이어졌다”며 “금융위기가 파국을 피하고 진정되면서 향후 주가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 우량주 주가는 GE가 7.06달러, 씨티은행이 10.30달러, 애플이 85.30달러에 불과했다. 몇 년 뒤 최고가 기준으로 GE는 23.77달러, 씨티은행은 52.30달러, 애플은 667.10달러까지 각각 치솟았다.
유럽 재정위기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을 때 오히려 해외 채권에 수십억원을 베팅해 상당한 수익을 낸 자산가들도 생겨났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고액자산가들은 도이체방크, 스탠다드차타드, 크레디아그리콜, HSBC, BNP파리바 등이 발행한 외화 표시 영구채권(하이브리드 채권)을 수십억원어치 매수했다. 이들 채권의 가격은 지난해 재정위기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25%가량 상승했다. 수수료와 환헤지 비용 등을 제외하더라도 20% 내외의 수익률을 거둔 셈이다. 이렇게 해외 투자를 맛보기 시작하는 자산가들이 늘어나면서 점차 규모가 커지고 투자기법도 다양해지고 있다는 게 이들을 상대하는 PB들의 설명이다.
○미국 부동산·원자재 선물 등에 투자
고액자산가들의 투자 형태는 다양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큰 흐름 속에서 어디에 투자해야 고수익을 낼 수 있을지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이 공통점으로 꼽힌다. 50대 자산가 A씨는 지난해 미국 부동산 경기 회복 기미를 알아차리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 상당한 재미를 봤다. A씨는 2011년 11월 미국 다우존스 부동산 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인 ‘프로셰어울트라리얼에스테이트’를 약 100만달러어치 매수했다. 매입 당시 47달러 선이던 주가는 계속 상승해 지난 11일 87.12달러를 기록했다. 민성현 삼성증권 해외주식팀 과장은 “지난해 하반기 자산가들은 레나, KB홈, 톨브러더스 등 미국 주택건설업체 종목을 발굴해 주문을 넣었다”며 “종종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종목들을 매입하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자산가들은 외환과 원자재 선물에 투자해 고수익을 노리기도 한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몇몇 자산가들은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증거금으로 300만~500만달러(약 34억~56억원) 정도를 설정하고 엔화, 금, 구리, 원유, 콩, 밀 등의 선물 거래를 하고 있다. 선물 상품에 따라 증거금의 10~30배까지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300억~1500억원 규모의 선물 거래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PB는 “일부 전문 투자자 가운데는 원자재 선물 투자로 수천억원의 수익을 낸 이들도 있다”며 “식품업체나 석유화학업체의 경우 국제 원자재 흐름을 꿰고 있기 때문에 이들 업체의 고위 임원들이 관련 ETF나 선물투자로 고수익을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투자기법 면에선 헤지펀드가 사용하는 ‘페어 트레이딩’ 전략을 자산가들이 즐겨 쓴다고 한다. 비슷한 업종의 두 종목을 고른 뒤 저평가된 종목은 매수하고 고평가된 종목을 매도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애플’ ‘현대차-도요타’ 등이 자산가들이 즐겨 고르는 페어 트레이딩 대상이다.
○금융자산 비중 계속 늘어날 듯
PB들은 고액자산가들의 해외 투자가 양적·질적으로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전병국 하나대투증권 청담금융센터 상무는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수익률 제고와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 해외 투자는 앞으로 필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게 전 상무의 설명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자사 PB센터 고객 78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한 고객의 37%, 50억~100억원 미만 금융자산을 보유한 고객의 32%가 보유 부동산을 줄이고 금융자산 비중을 높일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도 자산가들이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 이유다. 김진곤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이사는 “해외 고배당주나 채권을 잘 조합하면 국내에서 얻기 힘든 현금흐름을 얻으면서도 안정적인 자산 관리가 가능하다”며 “최근 들어 중요시되고 있는 정기적 수익에 대한 니즈를 만족시키기에 해외 투자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해외 자본 시장을 사냥터로 삼는 ‘김 사장’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또 다른 이유는 현재 자산가들이 해외 투자에 맛을 들이는 단계라는 점이다. 김석호 KDB대우증권 PB클래스 갤러리아 센터장은 “자산가들이 처음 해외 투자를 결정할 때는 무척 어려워하지만 금방 익숙해지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투자 방법을 고안해 문의하곤 한다”며 “자산가들의 해외 투자가 이륙 단계에서 벗어나면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귀동/황정수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