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북 '메신저' 나설 듯… 우다웨이 워싱턴 행보 주목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으로 위기지수가 치솟은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기 위한 외교를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워싱턴 외교가는 21일(현지시간)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이날 워싱턴DC에 도착한 우 특별대표는 24일까지 체류하면서 미국측 6자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비롯한 미국 정부 고위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 북한 핵문제 등 한반도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게 된다.

특히 그는 조만간 북한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추이가 주목된다.

중국은 우 특별대표나 그보다 고위직 인사의 평양 방문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중국의 행보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메신저 외교'에 나선다는 뜻이다.

중국은 '메신저 외교'를 통해 2008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열리지 못하는 6자회담을 다시 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중국과 미국의 움직임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는 방안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협의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셈이다.

오바마 2기 행정부 들어 미국은 북한 문제에서 '중국의 협조'를 강조해왔다.

특히 최근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존 케리 국무장관은 지난 17일 의회 청문회에서 "중국 측과 솔직하고 진지한 토론을 했다"면서 "과거와 다른 결론을 낼 수 있도록 대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중국의 지원이 없으면 북한이 무너질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아울러 그는 중국이 우려하는 이른바 '포위전략'에 대해서도 미국의 진의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정책이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정책이지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케리 장관은 한반도에서 위협이 사라지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축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는게 외교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미국의 이런 제안은 '북한의 도발→보상ㆍ협상→재도발→재협상'을 거듭해온 북핵 20년의 패턴을 종식하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

또 중국이 미국의 협조 요청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것은 더욱 적극적으로 대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북한 관리'에 나서겠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곧 한반도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의 논리가 과거보다 훨씬 강하게 작용할 것임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한국의 대응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조건도 이미 제시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이 지난 18일 "미국은 진정하고 신뢰있는 협상에 열려 있다"면서 북한이 핵무기 포기(renouncing) 및 핵프로그램 중단(discontinuing) 의무를 실질적으로 준수하려는 진지한 의도와 자세를 보여줘야 하며, 북한이 국제 의무를 지킨다는 증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협상이 재개되면 남북한이 합의한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북핵 6자회담에서 이를 재확인한 2005년 9ㆍ19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한 것이 될 것이라고 적시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엿보이는 동시에 6자회담의 최대성과인 9ㆍ19공동성명을 강조한 것은 중국의 협조를 의식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또 북한이 제시한 '대화조건'에 대한 신경전의 성격도 있다.

북한은 국방위원회 정책국 성명을 통해 미국과 한국이 대화를 바란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를 철회하고, 핵전쟁 연습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우 특별대표가 어떤 메시지를 확인할 지, 그리고 그 뒤 중국이 북한을 상대로 어떤 외교를 전개할 지가 향후 한반도 정세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이 중국의 대화 재개 권유를 받아들일 지가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오는 24일 중국을 찾는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북한 외교'에서 얼마나 한국의 역할을 개입시킬 것인지도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우탁 특파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