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 누워 있는 환자의 혈액검사 수치가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체크해 의사에게 알려준다. 병실에 누운 채 터치모니터로 검사 결과와 치료 스케줄을 확인한다. 환자 스스로 태블릿PC를 보면서 식사 메뉴를 결정하고 입원비 정산이나 필요한 서류도 신청한다.

○“사이버 간호사가 병상 지킨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인공지능형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을 개발, 22일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SK텔레콤과 1년8개월간의 개발 끝에 스마트병원 시스템을 내놓았다. 개발비로 250억원을 들였다.

이 시스템은 병원의 전자의무기록시스템과 연동시켜 환자와 의료진의 소통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사이버 의사·간호사’를 24시간 병상 옆에 두게 된 셈이다.

침상에 설치된 터치패드를 이용하면 시트 교체, 청소, 병실 이동, 식단 변경 등의 서비스를 간단하게 요청할 수 있다. 외래기록이나 입원기록 같은 증명서 신청도 가능하다.

환자가 그날 받아야 할 검사 종류와 방법, 먹고 있는 약물의 종류와 복용법에 대한 정보도 나온다. 입원비 정산도 병실 내 침상에서 클릭 한 번으로 해결할 수 있다.

○“환자 상태 나빠지면 바로 통보”

회진을 나온 의사에게 묻고 싶은 내용을 미리 기록해 두면 의사가 왔을 때 그 내용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투약시간도 알려준다. 하루 두 번 먹는 약이라면 아침 9시, 저녁 9시에 알람으로 알려주는 식이다.

병실에 있는 환자 상태가 나빠지면 시스템이 이를 체크, 병실 밖에 있는 의사의 스마트폰으로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장은 “수술 받을 환자들은 수술 과정이 담긴 사진이나 동영상을 아이패드 화면으로 보면서 미리 상세하게 설명을 듣고 수술동의서에 전자서명을 할 수 있다”며 “수술 후에도 병실에 누운 채 수술 경과를 스크린에서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병원 시대 열었다


외래환자가 병원을 방문했을 때의 복잡한 수속 절차도 한결 간편해졌다. 환자가 스마트폰에 이 병원의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하면 병원에 들어선 순간부터 블루투스로 인식해 ‘OOO님, 환영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뜬다. 앱을 열면 진료가 예약된 곳을 지도로 안내하고 그날의 검사 일정과 진료단계 등을 한눈에 보여준다. 각 검사 방법에 대한 안내를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외래환자들이 본인의 진료를 기다릴 때는 스마트폰을 통해 진료 대기순번을 확인할 수 있다. 진료 후에는 새롭게 추가된 검사 일정이 바로 업데이트된다. 병원에서 해야 할 복잡한 프로세스를 순서대로 알려주는 길잡이인 셈이다.

이런 첨단 자동화시스템은 SK텔레콤 IT개발원이 개발한 블루투스 기반 실내측위 기술과 3차원(3D) 지도 기술이 적용됐다. 육태선 SK텔레콤 신사업추진단장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스마트진료를 실제로 병원에 적용한 첫 사례”라며 “스마트병원 솔루션 기능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기술로, 국내 대형 병원은 물론 해외 의료기관에도 빠르게 전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혁/전설리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