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꼬박 돈 들어와 수익률 좋은줄 알았는데…내 월지급식펀드 원금 까먹고 있다
중소기업 부장을 끝으로 2년 전 은퇴한 한모씨(60)는 25일 월지급식펀드의 원금을 확인해보고 깜짝 놀랐다. 누적 수익률이 분명 플러스인데도 2억원이던 원금이 1억8000여만원으로 쪼그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씨는 “매달 은행 이자보다 10만~20만원 더 나온다고 해서 가입했는데 원금을 까먹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허탈해했다.

은행 예금이나 즉시연금에 비해 더 많은 생활비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인기를 끌어온 월지급식펀드 중 ‘원금손실 펀드’가 속출하고 있다.

◆월지급식펀드 40%는 원금 손실

월지급식펀드는 목돈을 국내외 채권이나 주식으로 굴려 가입자에게 매달 생활비를 지급(정기 환매)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가입자가 1억원을 월지급식펀드에 넣은 다음 자신의 선택에 따라 월 50만~60만원씩 탈 수 있다. 은퇴 후 ‘제2의 월급’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 처음 등장한 2009년 이후 2조원 가까운 자금이 몰렸다.

하지만 전체 월지급식펀드의 40% 정도는 원금 손실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평가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으로 1년 이상 된 월지급식펀드 36개 중 15개의 1년 수익률이 연 7% 이하였다. 가입액 대비 월 0.5~0.6%를 생활비로 지급하는 게 보통인 데다 수수료(1.5~2%)를 감안할 때 수익률이 연 7%를 밑돌면서 원금 손실이 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한국투자노블월지급식연속분할매매증권투자신탁1(-6.72%), 동부머스트해브월분배식증권투자신탁1(-4.38%), 흥국굿플랜월지급식증권투자신탁1(-0.7%) 등 5개 펀드의 1년 수익률은 마이너스였다.

금융계 관계자는 “월지급식펀드의 경우 수익률이 낮아 원금 손실이 발생해도 매달 주기로 약속한 금액을 원금에서 떼어 지급하는 게 특징”이라며 “때문에 일부 은퇴자들은 펀드 적립금이 바닥날 때까지 자신의 원금에서 매달 생활비를 꺼내 쓰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고 했다.

◆“손실 나면 지급유예 신청할 만”

월지급식펀드의 단점은 한번 원금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황진수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부 팀장은 “월지급식펀드에 가입할 때 매달 송금받는 생활비를 공격적으로 제시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기적으로 자신이 가입한 월지급식펀드의 수익률과 잔액을 확인하고 투자 전략을 짜라고 조언했다. 일부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면 매달 받는 금액을 일시적으로 줄여 원금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다.

박성현 미래에셋증권 상품기획팀 과장은 “월지급식펀드의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채권형과 같이 수익률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상품이 좋다”며 “보통 3개월만 지나면 환매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손실이 커졌다면 다른 형태의 펀드 등 대안 상품으로 갈아타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월지급식펀드는 연금처럼 매달 분배금을 받는 식이어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강화에 따른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며 “주기적인 소득원 확보가 목적인 만큼 꼭 원금보존만을 따질 필요는 없다”고 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