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한 달 앞둔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 백모씨(33)에게 징역 20년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6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백씨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연세대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4년차였던 백씨는 2011년 1월 자신의 집에서 임신 9개월인 아내 박모씨(당시 28세)와 다투다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전문의자격 1차시험을 끝내고 합격 여부에 대한 불안감에 장시간 게임에 몰두해 있던 백씨에게 아내가 불만을 표시해 다투는 과정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대법원은 “사망원인 등에 대한 치밀한 검증 없이 여러 의문점이 있는 소견이나 자료들에만 의존해 유죄로 인정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같은 해 12월 열린 파기환송심은 백씨에게 다시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이날 대법원에서 재상고가 기각되면서 형이 최종 확정됐다.

이 사건의 쟁점은 피해자의 사망 원인이 목눌림에 의한 질식사(액사)인지와 백씨가 아내를 살해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 재판부는 “사체 목부위의 피부까짐, 뒤통수 부위와 얼굴에 난 상처 등은 질식사 과정에서 입은 상처이거나 아내가 누군가와 다투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욕실에서 실신 등으로 이상자세에 의해 질식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백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아내와의 다툼으로 인해 생긴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발견된 점, 백씨가 오전 6시41분께 집을 나간 이후 제3자가 침입해 아내를 살해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백씨가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