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영업이익 전년 동기 대비 10.7% 감소’라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다음날인 26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방패와 진압봉으로 무장한 경찰 1200여명이 사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오후가 되자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금속노조’라고 쓰인 조끼를 입은 1000여명이 나타났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원을 포함,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인 이들은 “비정규직 철폐하라”를 외쳤고 일부는 현대·기아차 본사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의 저지에 막혔다. 지난해 12월 ‘불법 파견 특별교섭’ 중단 이후 잠잠하던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이날 하루 전면 파업에 들어가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잇단 노사 악재…현대차 ‘곤혹’

현대차가 잇단 ‘노사관계 악재’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정규직 노조가 주말특근 거부를 끝내자마자 이번에는 비정규직 노조가 악재로 등장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이날 하루 전면 파업과 상경 집회를 계기로 “다시 한번 투쟁의 고삐를 죄겠다”며 사측을 위협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조만간 특별교섭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대차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전면 파업을 계획했다”며 “5월 중에도 파업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협상의 여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해 “현대차의 사내하도급 근로자는 모두 불법 파견인 만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의 ‘6대 요구안’을 내놓은 뒤 지금까지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현대차 측은 “전원이 불법 파견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2016년까지 3500명만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울산공장 명촌주차장 철탑에서 최병승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과 천의봉 사무국장이 벌이고 있는 고공 농성은 27일로 192일째다.

현대차 관계자는 “불법 파견 논란이 언제쯤 마무리될지 회사로서도 예측하지 못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정규직 주말특근 재개하지만

현대차 측과 정규직 노조는 이날 주말특근 협상을 타결지었다. 노사는 최대 쟁점이던 특근 임금에 대해 1인당 1조 근무 기준 22만5000원에 합의했다. 이는 노조 측이 주장해온 23만3500원과 8500원 차이다. 주말 새벽근무를 없앴지만 노조의 압력에 떠밀려 휴일 특근 개선 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심야 특근 수당을 보전해준 셈이다. 대신 시간당 생산 대수와 투입 인원은 평일 수준으로 유지키로 하는 등 노조의 양보를 얻어냈다.

노조는 이날 특근 거부 장기화로 조합원 1인당 평균 150만원 이상 임금 손실을 입는 등 반발 기류가 확산되자 회사 안을 전격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대의원은 노조의 이 같은 방침에 반발해 일찍 협상장을 뜨기도 했다. 이 같은 노노 갈등은 9월 차기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더 확산될 것으로 보여 올해 임단협 협상에 새로운 불씨가 될 전망이다.

주말특근 거부로 입은 회사 측 손실도 적지 않다. 타결이 되긴 했지만 원자재 등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 이번 주말에도 특근은 불가능하다. 현대차에 따르면 이번 주말을 포함, 8주간 5만6000여대의 생산 차질을 입었다. 금액으로 1조1000억여원이다.

현대차 협력업체 관계자는 “중소 업체들의 생산 손실을 모두 합하면 최소 9000여억원은 될 것”이라며 “자본과 규모가 큰 1차 협력업체야 견딜 수 있지만 2, 3차 중소 협력업체는 매출이 평균 20~30% 줄어 경영난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병훈/홍선표/울산=하인식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