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北 급변 대비한 '비상 계획'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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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폐쇄 때 패배자는 북한
재가동 뜻 전해 교류길 열어놓고
北변화 이끌 포괄전략 마련해야
김병연 < 서울대 교수·경제학 통일평화연구원 부원장 kimby@snu.ac.kr >
재가동 뜻 전해 교류길 열어놓고
北변화 이끌 포괄전략 마련해야
김병연 < 서울대 교수·경제학 통일평화연구원 부원장 kimby@snu.ac.kr >
박근혜정부가 들어설 때만 해도 남북 관계가 개선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명박정부의 ‘비핵·개방·3000’이라는 대북정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연한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새 정부가 추진하리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12월 북한의 로켓발사와 올해 2월 3차 핵실험, 그리고 매우 거칠게 표현된 무력 도발 위협은 결국 남북 경제교류의 마지막 남은 보루인 개성공단의 가동 중단으로까지 이어졌다. 북한 정권의 북한 근로자 철수 결정으로 개성공단이 가동되지 않자 한국 정부는 26일 한국 근로자의 개성공단 철수 결정을 내렸다.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개성공단의 폐쇄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개성공단에서 북한 근로자를 철수시킨 북한 정권의 결정은 북한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요한 기둥을 빼내어 버린 것과 같다. 결국 궁극적인 패자는 김정은 정권이 될 것이다. 김정은의 정치적 미숙함은 북한 군부의 기회주의적 태도와 결합돼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 적을 타도하자는 군중의 함성으로 김정은은 자신의 권력 기반이 더 확고해졌다고 착각할지 모르나 북한에서 최고의 직장 5만4000개를 한꺼번에 잃어버린 성난 민심의 들썩임은 북한 정권의 심장을 겨냥할 것이다. 함성의 짜릿함은 하루를 넘기기 어려우나 배고픔의 고통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의 북한 주민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의 그들이 아니다. 외부 세계를 더 잘 알고 있고 시장 활동으로 얼마나 사회주의 경제가 엉터리인지 알고 있는 그들이다.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 반드시 조만간 북한이 붕괴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북한과 중국의 긴밀한 관계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북한 정권이 입을 개성공단으로부터의 손실을 어느 정도 상쇄시켜 줄 것이다. 그러나 북·중 관계라는 것이 북한이 흔들리면 중국 정부가 북한에 주는 원조를 늘리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경제관계는 중국의 개별 기업과 북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상업적 거래이다. 즉 한국이 대북(對北) 경제제재를 가하면 북한은 그 손실을 북·중 무역을 통해 보전하려는 인센티브를 갖게 되고 그 틈을 중국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예를 들면 북한이 한국에 수출하던 수산물이 대북 경제제재로 막히면 북한 기관과 정부의 외화 수입이 줄게 된다. 따라서 이들은 대신 중국으로의 수출을 늘리려 할 것이며, 유력한 방안으로 중국 기업의 북한 광산 투자를 유도하고 채굴량을 늘려 이를 중국에 수출하는 식이다.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 재가동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계속 전달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의 피해뿐만 아니라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경제교류가 다 막힌 상태에서 개성공단마저 폐쇄된다면 앞으로 남북교류의 정상화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대북 레버리지는 더욱 줄고 중국의 레버리지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 기회에 개성공단을 완전히 정리하자는 주장은 한반도의 미래를 지향하는 전략으로서는 부적절하다. 그동안 했듯이 회유나 압박 등이 통하지 않는 정권이면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현재 박근혜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도 원칙은 좋으나 전략이 없는 것은 지난 정부들의 대북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때로는 신뢰프로세스가 신중프로세스로 들리기도 한다.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플랜C와 플랜D가 동시에 포함돼야 한다. 플랜C는 그야말로 창의적인(creative) 대북정책이다. 그동안의 대북정책 틀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외교와 대북경제정책을 연결해 북한을 선제 변화시키는 정책이다. 플랜D는 디폴트(default) 정책이다. 이는 아랫돌을 빼어 위에 얹고 있는 김정은의 정책 패턴으로 그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해 세밀하고도 전략적이며 포괄적인 정책을 짜고 이를 준비하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그동안과는 차원이 다른 대북정책, 스마트한 대북경제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김병연 < 서울대 교수·경제학 통일평화연구원 부원장 kimby@snu.ac.kr >
개성공단에서 북한 근로자를 철수시킨 북한 정권의 결정은 북한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요한 기둥을 빼내어 버린 것과 같다. 결국 궁극적인 패자는 김정은 정권이 될 것이다. 김정은의 정치적 미숙함은 북한 군부의 기회주의적 태도와 결합돼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 적을 타도하자는 군중의 함성으로 김정은은 자신의 권력 기반이 더 확고해졌다고 착각할지 모르나 북한에서 최고의 직장 5만4000개를 한꺼번에 잃어버린 성난 민심의 들썩임은 북한 정권의 심장을 겨냥할 것이다. 함성의 짜릿함은 하루를 넘기기 어려우나 배고픔의 고통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의 북한 주민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의 그들이 아니다. 외부 세계를 더 잘 알고 있고 시장 활동으로 얼마나 사회주의 경제가 엉터리인지 알고 있는 그들이다.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 반드시 조만간 북한이 붕괴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북한과 중국의 긴밀한 관계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북한 정권이 입을 개성공단으로부터의 손실을 어느 정도 상쇄시켜 줄 것이다. 그러나 북·중 관계라는 것이 북한이 흔들리면 중국 정부가 북한에 주는 원조를 늘리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경제관계는 중국의 개별 기업과 북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상업적 거래이다. 즉 한국이 대북(對北) 경제제재를 가하면 북한은 그 손실을 북·중 무역을 통해 보전하려는 인센티브를 갖게 되고 그 틈을 중국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예를 들면 북한이 한국에 수출하던 수산물이 대북 경제제재로 막히면 북한 기관과 정부의 외화 수입이 줄게 된다. 따라서 이들은 대신 중국으로의 수출을 늘리려 할 것이며, 유력한 방안으로 중국 기업의 북한 광산 투자를 유도하고 채굴량을 늘려 이를 중국에 수출하는 식이다.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 재가동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계속 전달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의 피해뿐만 아니라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경제교류가 다 막힌 상태에서 개성공단마저 폐쇄된다면 앞으로 남북교류의 정상화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대북 레버리지는 더욱 줄고 중국의 레버리지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 기회에 개성공단을 완전히 정리하자는 주장은 한반도의 미래를 지향하는 전략으로서는 부적절하다. 그동안 했듯이 회유나 압박 등이 통하지 않는 정권이면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현재 박근혜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도 원칙은 좋으나 전략이 없는 것은 지난 정부들의 대북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때로는 신뢰프로세스가 신중프로세스로 들리기도 한다.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플랜C와 플랜D가 동시에 포함돼야 한다. 플랜C는 그야말로 창의적인(creative) 대북정책이다. 그동안의 대북정책 틀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외교와 대북경제정책을 연결해 북한을 선제 변화시키는 정책이다. 플랜D는 디폴트(default) 정책이다. 이는 아랫돌을 빼어 위에 얹고 있는 김정은의 정책 패턴으로 그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해 세밀하고도 전략적이며 포괄적인 정책을 짜고 이를 준비하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그동안과는 차원이 다른 대북정책, 스마트한 대북경제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김병연 < 서울대 교수·경제학 통일평화연구원 부원장 kimby@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