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자와 사망자가 늘고 있다. 국립인천공항검역소는 중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중국을 다녀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중국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자와 사망자가 늘고 있다. 국립인천공항검역소는 중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중국을 다녀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지난 3월 말 중국 상하이시와 안후이성에서 발견된 H7N9형 신종 조류인플루엔자(AI)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달 들어 중국 대륙의 절반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닭 오리는 물론 사람에게도 감염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중국발 신종 AI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에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요즘 시기, 신종 AI뿐만 아니라 진드기로 인해 발생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등 각종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례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매년 이맘 때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장바이러스에 의한 무균성 뇌수막염 환자 등도 늘어나는 추세다. 감염병을 어떻게 예방해야 할까.

◆신종 AI 얼마나 위험한가

중국 AI·장바이러스, 한반도 상륙 '주의보'
인플루엔자는 흔히 독감이라 불린다. 인플루엔자는 감기처럼 급성 호흡기 감염증이어서 똑같은 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다르다. 감기는 200여종의 바이러스와 세균에 의해 발생한다. 이에 반해 인플루엔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호흡기(코, 인후, 기관지, 폐 등)를 통해 감염돼 생기는 병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폐렴과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 증상은 고열, 콧물, 마른 기침, 목 아픔, 근육통, 두통 등으로 감기와 비슷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고 전염성이 강해 단기간에 유행한다. 어린이에게는 어른과 달리 오심(속이 불편하고 토할 것 같음), 구토 및 설사 등의 위장관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인플루엔자가 무서운 것은 세균성 폐렴과 같은 합병증이다. 심근염(심장근육에 생긴 염증), 심낭염(심장을 싸고 있는 두 겹의 막으로 이뤄진 주머니에 생긴 염증), 기흉(폐에 구멍이 생겨 늑막에 공기가 고이는 질환), 뇌염, 횡단성 척수염, 횡문근 융해(근육이 녹아내리는 병), 라이 증후군(어린이에게 발병하는 급성뇌염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만성기관지염이나 만성호흡기질환, 만성심혈관계 질환은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 중국 신종 AI 감염자들도 공통적으로 어지러움, 발열, 기침과 호흡곤란을 보였으며 사망자들은 중증폐렴을 앓다가 목숨을 잃었다.

인플루엔자 증상은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보통 1~4일(평균 2일) 지나면 나타난다. 인플루엔자는 환자의 나이에 따라 전염기간에 차이가 있다. 어른은 증상이 생기기 하루 전부터 증상이 생긴 후 약 5일 동안 전염력이 있지만 어린이는 증상 발생 후 10일 이상 전염력이 지속된다.

◆무균성 수막염(뇌막염)도 주의해야

완연한 봄에 중국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장바이러스 유형은 ‘엔테로 바이러스(EV71)’다. 70여종의 장바이러스 중 가장 치명적이다. 증상은 38도 이상 고열을 동반하고, 손발이나 입 안에 물집과 발진, 궤양을 동반한다. 특히 6개월에서 5세 유아가 주로 걸리지만 아직 예방 백신이나 치료약이 없어 중국 당국을 곤혹스럽게 하는 질병이다. 일반적으로 4~5월에 발생해 장마가 시작되면 감소하지만 전염성이 강해 6~7월까지도 지속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매년 봄~여름 환절기에 유아를 동반하고 중국 여행길에 오르는 사람들이 걸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국내에서도 최근 어린이를 중심으로 무균성 수막염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뇌를 둘러싼 막(수막)에 바이러스가 감염하면서 발병한다. 역시 주범은 20~30나노미터(㎚) 크기의 미세한 장바이러스다.

장바이러스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환자의 대변이 손에 묻었다 다시 입을 통해 몸에 침입하면서 무균성 뇌막염을 비롯 손·발·입 등에 물집을 초래하는 수족구(手足口)병 등 여러 가지 질병을 초래한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올여름 주의해야 할 질병으로 꼽은 뇌수막염은 수막에 염증이 생긴 병이다. 뇌압이 올라가면서 환자는 심한 두통, 뿜는 듯한 구토, 뒷목이 뻣뻣해지는 증상을 호소한다. 확진은 척수액 검사로 가능하다. 물론 척수액 검사를 꺼리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세균성, 혹은 결핵성 뇌막염과 확실히 감별하려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핵성 뇌막염은 결핵약, 세균성 뇌막염은 항생제로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하거나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 장바이러스에 의한 무균성 수막염은 뇌압을 떨어뜨리는 치료를 받으면서 상태가 좋아지길 기다려야 한다. 바이러스를 박멸시키는 치료약이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대부분 발병 1~2주가 지나면 후유증 없이 완치된다.

◆고기 익혀 먹고 가금류 접촉 줄여야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중국 주변 국가의 보건당국에 식사를 준비하기 전과 준비하는 중에도 손을 자주 씻고 특히 동물과 접촉하거나 동물의 오물을 만졌다면 반드시 손을 깨끗하게 씻을 것을 당부하도록 전달했다. 또 병든 가축을 먹어서는 안되고 가급적 70도 고열로 고기를 익혀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감 유행시기에는 고열과 근육통, 목의 통증, 콧물과 같은 의심 증상이 있으면 가능한 한 빨리 의료기관을 찾아 타미플루와 페라미플루, 릴렌자 등과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 보건당국의 임상시험 결과 H7N9 바이러스는 기존 항바이러스 약물에 반응을 보여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준영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국 관광객이 많은 안후이성과 상하이로는 당분간 여행을 자제하고 가금류와는 접촉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며 “개인 차원에서는 손씻기, 양치질, 기침 에티켓 등을 지켜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