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동결 기조에 대못을 박는 듯한 발언으로 채권시장이 요동쳤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차 인도를 방문한 김 총재는 “지난 1~3월 정책조합을 언급한 것은 작년 7, 10월 금리를 내렸으니 정부가 나설 차례라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기업과 빚을 진 사람들이 싼 이자를 원하지만, 한국이 기축통화를 쓰는 나라도 아닌데 어디까지 가란 말이냐”고도 했다. 김 총재의 발언은 당장 9일 열릴 금통위에서 또다시 금리동결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돼 국고채(3년물) 금리는 6일 0.09%포인트나 뛰었다.

김 총재의 발언을 들을 때마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책공조를 강조한 진의가 재정정책을 말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였던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더구나 빚을 진 사람이 이자나 아끼자고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것으로 한은 총재가 보고 있다면 이도 문제다. 김 총재의 일련의 발언에서 논리적 정합성이나 설득력을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 장황하게 금리동결 이유를 설명하고, 그 설명을 다시 해명하고, 그것에 스스로 논평까지 덧붙이는 것이 최근의 발언들이다.

물가 문제를 보면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개월째 1%대에 그쳤고, 전달에 비해선 두 달째 마이너스다. 인플레이션이 아닌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럼에도 지난달엔 한은법 1조(물가안정)가 최우선 가치이고 물가불안 우려 때문에 금리를 동결한다더니 이제와선 당시는 그냥 물가원칙을 강조한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한은의 물가목표(2.5~3.5%) 상한선이 문제가 아니라 하한선에도 못 미치는 게 더 걱정인 상황이다. 수개월의 물가 하락에 대해 그는 또 무엇이라고 설명할 것인지.

우리는 김 총재에게 금리를 내리라고 요구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정부·청와대·여당이 돌아가며 한은에 금리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에도 반대다. 그러나 한은 총재의 발언이 그 자체로 시장의 리스크여서는 곤란하다. 갈수록 골이 깊어지는 정부와의 불협화음도 걱정이지만 스스로 논평가를 자임하는 한은 총재도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