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추경도 '쪽지예산'
7일 국회를 통과한 추경예산안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안(17조3000억원)과 총액은 같지만 세부 내용은 조금 다르다. 정부가 제출한 사업에서 5340억원이 감액되고 국회 상임위원회가 추가한 지역 민원사업을 중심으로 5237억원이 증액됐다. 일부에선 여야가 서로 지역구의 민원성 사업을 밀어넣는 ‘쪽지예산’이 이번 추경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김없이 쪽지예산

추경안의 최대 쟁점은 충청권 과학비즈니스벨트 부지 매입비였다. 정부·여당은 이번 추경에서 부지 매입비를 전혀 손대지 않고 작년 말 국회 통과 당시 원안인 750억원을 유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충청권 의원 일부가 가세해 700억원 증액을 요구하면서 진통을 겪다 300억원 증액으로 결론이 났다. 증액 방식을 놓고도 야당은 ‘전액 국비 지원’, 정부·여당은 ‘국비·지방비 분담’을 요구하며 막판까지 첨예하게 맞섰다. 이와 맞물려 포항에 들어설 4세대 방사광 가속기 구축비는 정부안(1350억원)보다 300억원이 깎였다.

이 밖에 정부안 대비 증액된 주요 사업으로는 생애최초취득주택 취득세 감면(증액 규모 1650억원), 개성공단 입주 기업 지원을 위한 긴급경영안정자금(1000억원), 소상공인 지원(500억원) 등이 꼽힌다. 반면 감액 사업에는 환경기초시설(-1000억원), 소하천 정비(-400억원), 국도건설(-160억원) 등 사회간접자본(SOC)과 방위력개선(-380억원), 극빈층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급여 보조(-570억원) 등이 포함됐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의료급여 보조 삭감과 관련,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주는 돈이 아니라 병원에 주는 돈”이라며 “기초수급자들이 진료를 못 받거나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소비, 투자 이끌 ‘마중물’ 될까

추경예산이 정부의 기대대로 ‘4월 임시국회’를 통과하면서 경기 회복에는 긍정적 역할이 예상된다. 이번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은 19일이다. 지난달 18일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뒤 통과까지 20일이 채 안 걸렸다. 태풍으로 인한 수해 등 재난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추경을 제외하고 한 달 이내 추경안을 국회에서 처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추경예산이 집행되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3월 말 경제정책 방향에서 제시한 2.3%에서 2%대 후반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최근 규제완화를 통한 민간 투자 확대까지 감안하면 성장률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절벽’ 우려도 덜게 됐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둔화와 산업은행 등 공기업 민영화 지연으로 12조원의 세수가 펑크날 것으로 보고 세수 감소분을 국채 발행으로 보전하는 세입 추경안을 짰다. 추경안이 통과되지 않았다면 하반기쯤에는 세수가 덜 걷혀 기존에 잡아놓은 사업 예산을 깎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는데 이를 피하게 된 것이다.

◆소비·투자 살아나야 경기 회복

추경안이 신속하게 통과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추경만으로 경기 회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장재철 씨티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추경예산을 제대로, 신속하게 집행하는 것”이라며 “부동산 대책 및 투자 활성화 대책과 맞물리면 추경예산이 경기 침체를 막아주는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궁극적으로 경기가 살아나려면 경제심리가 살아나야 한다”며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 엔저 문제 등이 겹쳐 있어 경제심리가 얼마나 회복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추경만으로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기는 힘들다”면서도 “바닥권에 머물고 있는 경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방아쇠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용석/추가영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