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작가 가다 아메르 "여성 편견·차별 미술로 풀어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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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유네스코상을 받은 이집트 출신 여성 작가 가다 아메르(50·사진)가 내달 30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신관에서 개인전을 펼친다.
미국과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아메르는 포르노 잡지에 나오는 에로틱한 이미지를 차용해 자수(실)와 바늘로 표현하고 아크릴 액체나 수채화 물감을 뿌려 작품을 완성한다. 붓 대신 실과 바늘로 캔버스를 꿰매는 이색적인 작업으로 미국 유럽 등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2000년 부산비엔날레와 광주비엔날레에 참가한 그는 최근 속이 텅 빈 달걀 모형의 브론즈 조각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참조사항’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이란 출신 작가 레자 팔콘더와 공동 작업한 자수회화 4점과 율동미가 돋보이는 브론즈 조각 4점을 내보인다. 보수적인 이슬람 사회에서 억압받고 살아가는 여성들의 상처와 사랑을 예술로 승화한 작품들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치 달걀 형태의 조각이 관람객을 반긴다. 밖과 안쪽을 투과해서 볼 수 있도록 제작된 텅빈 모형의 조각은 프랑스 고인돌 ‘돌멘’에서 이미지를 차용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정치와 성(性), 신체와 언어의 양면성을 안과 밖의 구조로 상징화했습니다. 그림자(여성)가 대상(남성)만큼이나 중요한 텅 빈 조각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의 철조각 ‘파란 브래지어의 소녀들’은 무바라크 정권의 붕괴 과정에서 이집트의 여성들이 당한 물리적 폭력을 조형화한 작품이다. 작가는 “군인들에게 구타당하면서 옷이 벗겨져 땅바닥에 누워있는 한 여성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보고 충격을 받아 작품으로 만들었다”며 “여성의 용기를 예찬하는 내용을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여성의 편견과 차별 외에 사랑과 갈망 등 부드러운 여성성의 주제도 놓치지 않았다. 사랑을 의미하는 100개의 아랍어 단어를 검은 ‘돌멘’처럼 꾸민 작품, 포옹하고 있는 두 연인을 조형화한 작품은 여성들의 감성을 실타래처럼 은은하게 묘사했다.
또 이란 작가 레자 팔콘데와 공동 작업한 자수회화는 대중 문화적 모티브를 비롯해 익명의 여성을 차용한 이미지들, 복잡한 아라베스크 꽃무늬들로 꾸며져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작품 같은 강한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작가는 “제 작업을 굳이 페미니즘이라는 울타리 안에 가둬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실과 바늘 같은 여성들이 사용하는 매체를 가지고 여성의 상처를 꿰매고 싶고, 여성의 권익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02)3210-9885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미국과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아메르는 포르노 잡지에 나오는 에로틱한 이미지를 차용해 자수(실)와 바늘로 표현하고 아크릴 액체나 수채화 물감을 뿌려 작품을 완성한다. 붓 대신 실과 바늘로 캔버스를 꿰매는 이색적인 작업으로 미국 유럽 등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2000년 부산비엔날레와 광주비엔날레에 참가한 그는 최근 속이 텅 빈 달걀 모형의 브론즈 조각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참조사항’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이란 출신 작가 레자 팔콘더와 공동 작업한 자수회화 4점과 율동미가 돋보이는 브론즈 조각 4점을 내보인다. 보수적인 이슬람 사회에서 억압받고 살아가는 여성들의 상처와 사랑을 예술로 승화한 작품들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치 달걀 형태의 조각이 관람객을 반긴다. 밖과 안쪽을 투과해서 볼 수 있도록 제작된 텅빈 모형의 조각은 프랑스 고인돌 ‘돌멘’에서 이미지를 차용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정치와 성(性), 신체와 언어의 양면성을 안과 밖의 구조로 상징화했습니다. 그림자(여성)가 대상(남성)만큼이나 중요한 텅 빈 조각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의 철조각 ‘파란 브래지어의 소녀들’은 무바라크 정권의 붕괴 과정에서 이집트의 여성들이 당한 물리적 폭력을 조형화한 작품이다. 작가는 “군인들에게 구타당하면서 옷이 벗겨져 땅바닥에 누워있는 한 여성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보고 충격을 받아 작품으로 만들었다”며 “여성의 용기를 예찬하는 내용을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여성의 편견과 차별 외에 사랑과 갈망 등 부드러운 여성성의 주제도 놓치지 않았다. 사랑을 의미하는 100개의 아랍어 단어를 검은 ‘돌멘’처럼 꾸민 작품, 포옹하고 있는 두 연인을 조형화한 작품은 여성들의 감성을 실타래처럼 은은하게 묘사했다.
또 이란 작가 레자 팔콘데와 공동 작업한 자수회화는 대중 문화적 모티브를 비롯해 익명의 여성을 차용한 이미지들, 복잡한 아라베스크 꽃무늬들로 꾸며져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작품 같은 강한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작가는 “제 작업을 굳이 페미니즘이라는 울타리 안에 가둬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실과 바늘 같은 여성들이 사용하는 매체를 가지고 여성의 상처를 꿰매고 싶고, 여성의 권익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02)3210-9885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