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저가항공사 '배짱영업'
#1. 지난달 11일 오후 2시20분 일본 나리타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 예정이던 에어아시아재팬 JW893편은 승객이 탑승한 지 3시간이 지난 오후 5시10분 결항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이 항공사는 일본인 승객에게 다음날 항공편을 우선 배정하고 외국인 승객에게는 좌석이 모자라 환불해주겠다고 통보했다. 현장에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은 1명밖에 없었다. 승객들은 다음날 다른 항공편으로 귀국했다.

#2. 지난달 12일 오전 10시5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일본 간사이공항으로 향하던 피치항공 MM002편은 이륙 1시간 만에 회항했다. 이륙 직전 한 승객이 일행이 오지 않았다고 비행기에서 내렸으나 규정에 따른 별도의 조사를 하지 않은 채 출발했기 때문이다. 승객들은 인천공항에 내려 보안검사를 받은 뒤 예정시간보다 4시간가량 늦은 3시30분 간사이공항에 도착했다.

외국계 저가항공사 '배짱영업'
21일 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저비용 항공사가 잇단 결항과 보안 사고로 물의를 빚고 있다. 값은 싸지만 안전 점검이 소홀할 뿐 아니라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등 ‘배짱 영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에는 피치항공이 절차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운항해 문제가 됐다.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항공운송사업자는 출발 전 승객이 자발적으로 내릴 경우 경찰, 공항공사 등 관계 기관과 협조해 사유를 파악하고 공항 테러대책협의회가 평가한 보안위협 정도에 따라 보안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 항공사는 자사의 과실로 회항했음에도 설명 없이 승객을 기내에 1시간 이상 방치해 공분을 샀다. 유료로 제공하는 생수 한 잔만 제공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이 항공사는 사건 발생 10일 후 탑승객에게 180일 내에 쓸 수 있는 5만8000포인트를 지급했다.

업계는 외국계 저비용 항공사를 위한 별도의 지침이 없다고 지적한다. 에어아시아, 피치항공 등은 국내 노선의 기내방송에서도 한국어를 내보내지 않아 승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취소, 환불이 불가하다는 것도 외국계 저비용 항공사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항공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는 전년보다 56% 증가했으며, 피해사례 396건 중 ‘항공권 구입 취소 시 위약금 과다, 환급 거절’이 149건(37.6%)으로 가장 많았다. 항공사명을 확인할 수 있는 320건 중 저가 항공사와 관련된 피해는 86건, 외국계 항공사가 176건으로 전체의 82%를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외국계 저비용 항공사들은 지난해부터 국내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작년부터 5개 외국계 저비용 항공사가 국내 취항했으며 올해 스쿠트, 춘추항공, 타이거항공 등 5개 항공사가 연내 취항할 예정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