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4%다. 100%를 넘는 미국, 200%를 훌쩍 넘긴 일본은 물론 유럽의 경제 우등생 독일(86%)보다도 낮다. 이태성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장은 “한마디로 말해서 한국의 부채 수준은 양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조성원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과 네덜란드 등 소규모 개방경제국가는 정부 부채비율을 35.2%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나라의 경험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부채비율을 계산한 결과다. 경제 규모가 작고 금융시장이 개방된 국가일수록 외부 충격에 취약한 만큼 부채비율을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정부 부채는 이미 위험 수위에 다다른 것이다.

씨티그룹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정부 부채가 너무 빠르게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은 2004년 24.6%에서 지난해까지 10%포인트나 뛰었다. 씨티그룹은 “이런 추세에 고령화 문제까지 더해지면 정부 부채비율은 2060년 218.6%로 급등할 것”이라며 “국채 금리가 뛸 경우 299.8%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2026년엔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국가’가 된다.

박근혜정부가 최근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임기근 기재부 예산정책과장은 “경제 발전 단계에 따라 늘려야 하는 예산이 있고 줄여야 하는 예산이 있다”며 “소득 수준 상승에 따른 복지 수요를 감안할 때 복지 예산을 늘리고 SOC 예산을 줄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부의 대응은 그러나 선진국의 사례에 비춰볼 때 ‘정답’은 아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예산 사용 축소를 통해 부채비율을 줄인 58개 사례를 조사했다. 이 결과 사회 복지와 공무원 임금 및 공공 일자리 창출 예산을 줄였을 때 정부 부채비율이 가장 효율적으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프라 투자 축소는 부채비율 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프라 투자를 하지 않으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세금 수입도 줄어든 탓이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