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강의평가 결과 학생에 '뒷북 공개' 논란
서울대가 학생들이 매긴 강의평가 결과를 교수는 물론 학생들에게 공개하고 평가문항도 간소화하기로 했다. 주요 사립대들은 4~5년 전부터 강의평가를 공개해와 ‘뒷북’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대는 최근 ‘학사과정 강의평가 개선안’이 학사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이번 학기 학부 강의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22일 발표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그동안 비공개를 원칙으로 했던 강의평가 결과가 학생들이 다음 학기 수강신청을 할 때부터 수강신청 시스템에 공개된다. 학생들은 강의를 선택할 때 담당교수의 평가 결과를 참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5점 만점인 각 평가 문항의 평균 점수를 볼 수 있게 된다.

전체 강의에 적용되는 공통 문항과 단과대별 선택 문항 수도 조정된다. 공통 문항은 기존 18개에서 총평(예:강의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강의충실도(예:강의 준비와 강의 내용이 충실했다) 교육방법(예:교육 방법이 효과적이었다) 등 3개로 축소된다. 단과대별 최대 10개에 달했던 선택 문항은 3개 이내로, 강의에 대해 자유롭게 쓰는 자율응답 문항도 2개 이내로 제한된다.

단과대나 학과별로 특화된 선택 문항은 올해 2학기 중 확정해 곧바로 적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2학기부터는 영어강의의 경우 영어로 강의 내용이 잘 전달됐는지 등 영어에 초점을 맞춘 문항을 추가할 방침이다.

서울대는 강의평가 결과를 학장, 교무부학장, 학과장, 담당교수를 제외한 다른 학내 구성원들에게 공개하지 않아 왔다. 이 때문에 서울대 컴퓨터동아리 ‘와플스튜디오’가 2008년 자발적으로 만든 강의평가 사이트인 SNUEV가 활성화돼 있었다.

SNUEV는 3만2000여명의 서울대 학생이 등록돼 있으며 7만여개의 강의평이 게시돼 있다. 학생들은 이 사이트에서 시험문제 난이도, 강의 수준, 수업 분위기 등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올리고 이를 다음 학기 수강신청에 참고하고 있다.

학생들은 강의평가 제도가 개선된다 해도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서울대가 국립대 최초로 강의평가 전면 공개에 나선 것은 2011년 법인화되면서 교육부의 간섭을 덜 받게 된 덕분으로 분석된다. 주요 사립대들은 이미 2007~2008년 전면 공개에 나선 상황이다. 동국대는 2008년 2월 국내 대학 최초로 강의평가를 전면 공개했고 2008년 2학기 강의부터 공개하기 시작한 한양대는 학생뿐 아니라 일반인도 강의평가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려대 성균관대 등 서울지역 주요 대학들도 2009년부터 강의평가를 전면 공개했다.

2011년 교육부가 김선동 당시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강의평가를 학생에게 공개하는 대학은 18곳이었다.

강현우/김태호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