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박근혜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 당시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이건희 삼성 회장의 국내 언론 인터뷰가 현지에서 추진됐지만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때문에 불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청와대와 삼성에 따르면 박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조찬 회동이 열린 지난 8일 워싱턴 헤이애덤스호텔에서 회장 측 요청으로 순방 취재단과의 즉석 인터뷰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조찬 회동을 준비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행사 전날 이 회장 측으로부터 기자들의 질문이 있으면 답변을 하겠다는 뜻을 전달해 왔고 청와대도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총수의 발언을 통해 방미 성과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조찬이 끝난 뒤 대통령이 자리를 뜨면 이 회장이 호텔 로비에서 자연스럽게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하는 식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 전 대변인에게 인터뷰를 준비하라고 했고 예정대로 진행되는 줄 알았다”며 “하지만 행사가 끝나고 보니 윤 전 대변인은 보이지 않았고 기자단에도 연락이 안 된 상태여서 인터뷰가 불발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윤 전 대변인은 성추행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행사 도중 자리를 떴다.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인터뷰에서 방미 사절단에 동행하게 된 배경과 창조경제와 관련한 삼성의 구상 등을 밝힐 예정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회장이 언론 인터뷰를 자청한 것은 드문 일로 안다”며 “윤창중 스캔들 때문에 성사되지 않아 당시 상황에선 아주 황당했다”고 말했다.

정종태/김현석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