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라기엔 도넘은 전문직들의 일탈…두카티 9대 '광란의 폭주'…잡히니 '발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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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프로그래머·건축가 등 한 대 2000여만원 바이크 몰고 신호위반·지그재그 난폭 운전
한 대에 2000만원이 넘는 고가 오토바이를 몰면서 신호위반을 일삼고 다른 차량의 진로를 방해하는 등 기본적인 법질서조차 무시하고 국도를 누빈 폭주족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의사, 건축설계사, 컴퓨터프로그래머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포함된 일당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시치미를 떼다 증거자료를 들이밀자 혐의를 시인하는 몰염치를 보이기도 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동호회 투어링을 명분으로 서울~이천 국도 전 차로를 점거하고 주변 운전자들의 운행을 방해한 혐의(도로교통법상 공동위험행위)로 김모씨(34·의사) 등 오토바이 운전자 동호회원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발표했다.
김씨 등 9명은 인터넷카페 ‘두카티오너스클럽’ 회원으로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사당동에서 경기 과천시, 인덕원을 지나 이천에 도착할 때까지 3시간에 걸쳐 단체로 두카티 오토바이(사진)를 몰면서 지그재그 운전, 대열 잇기, 전 차로 동시주행, 신호위반, 진로방해 등을 반복하며 난폭 운전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오토바이 마니아들 사이에서 ‘슈퍼바이크’로 불리는 이탈리아산 고급 오토바이 두카티(모델명)를 몰고 폭주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모두 30~40대로 용산에서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김씨를 비롯해 건축설계사, 컴퓨터프로그래머 등 전문직 종사자가 대부분이었다. 폭주 행각에 이용된 두카티는 2006년부터 국내에 수입되기 시작했고, 2008년 이번 폭주족 일당이 소속된 ‘두카티오너스클럽’ 동호회가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운전한 오토바이 가격은 웬만한 승용차와 맞먹는 900만(600cc)~3000만(1500cc)원에 달한다. 동호회 회원은 2500명에 이른다.
김씨 등은 “동호회원 1명이 처음 두카티를 인수한 기념으로 이천시 쌀밥집에 ‘점심 먹으러’ 갔을 뿐”이라며 처음엔 난폭 운전 사실을 잡아뗐지만 폐쇄회로TV(CCTV) 증거 영상이 나오자 혐의 내용을 시인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배기량이 1500cc에 달하는 오토바이를 떼지어 운전하면서 도로를 막고 무법행위를 하면 다른 운전자들이 위협을 느끼게 된다”며 “승용차 운전자가 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제보해 수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문직 종사자들의 오토바이 폭주 행위에 대해 규범을 탈출하려고 하는 ‘일탈 심리’와 자신의 재정 능력 ‘과시욕’이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오토바이 동호회는 전국에 2000여개가 있는 것으로 경찰은 추산하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반복된 일상에서 오는 무료함을 ‘폭주’라는 일탈을 통해 벗어나고자 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며 “한편으론 고급 오토바이를 사서 폭주를 하는 행위를 통해 일종의 ‘구분짓기’를 시도하는 과시욕도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오토바이 폭주족 단속이 힘든 이유에 대해 “첩보를 입수해 카메라를 들고 따라가며 증거 영상을 확보하지 않는 이상 일일이 오토바이 폭주족을 단속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서울 송파경찰서는 동호회 투어링을 명분으로 서울~이천 국도 전 차로를 점거하고 주변 운전자들의 운행을 방해한 혐의(도로교통법상 공동위험행위)로 김모씨(34·의사) 등 오토바이 운전자 동호회원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발표했다.
김씨 등 9명은 인터넷카페 ‘두카티오너스클럽’ 회원으로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사당동에서 경기 과천시, 인덕원을 지나 이천에 도착할 때까지 3시간에 걸쳐 단체로 두카티 오토바이(사진)를 몰면서 지그재그 운전, 대열 잇기, 전 차로 동시주행, 신호위반, 진로방해 등을 반복하며 난폭 운전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오토바이 마니아들 사이에서 ‘슈퍼바이크’로 불리는 이탈리아산 고급 오토바이 두카티(모델명)를 몰고 폭주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모두 30~40대로 용산에서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김씨를 비롯해 건축설계사, 컴퓨터프로그래머 등 전문직 종사자가 대부분이었다. 폭주 행각에 이용된 두카티는 2006년부터 국내에 수입되기 시작했고, 2008년 이번 폭주족 일당이 소속된 ‘두카티오너스클럽’ 동호회가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운전한 오토바이 가격은 웬만한 승용차와 맞먹는 900만(600cc)~3000만(1500cc)원에 달한다. 동호회 회원은 2500명에 이른다.
김씨 등은 “동호회원 1명이 처음 두카티를 인수한 기념으로 이천시 쌀밥집에 ‘점심 먹으러’ 갔을 뿐”이라며 처음엔 난폭 운전 사실을 잡아뗐지만 폐쇄회로TV(CCTV) 증거 영상이 나오자 혐의 내용을 시인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배기량이 1500cc에 달하는 오토바이를 떼지어 운전하면서 도로를 막고 무법행위를 하면 다른 운전자들이 위협을 느끼게 된다”며 “승용차 운전자가 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제보해 수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문직 종사자들의 오토바이 폭주 행위에 대해 규범을 탈출하려고 하는 ‘일탈 심리’와 자신의 재정 능력 ‘과시욕’이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오토바이 동호회는 전국에 2000여개가 있는 것으로 경찰은 추산하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반복된 일상에서 오는 무료함을 ‘폭주’라는 일탈을 통해 벗어나고자 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며 “한편으론 고급 오토바이를 사서 폭주를 하는 행위를 통해 일종의 ‘구분짓기’를 시도하는 과시욕도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오토바이 폭주족 단속이 힘든 이유에 대해 “첩보를 입수해 카메라를 들고 따라가며 증거 영상을 확보하지 않는 이상 일일이 오토바이 폭주족을 단속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