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와 주유소 간 다툼을 빚어온 기름값 사후 정산 관행이 불공정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후 정산이란 정유사가 주유소에 임의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한 뒤 1~2주가량 지나 확정 가격을 통보해 정산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은 에쓰오일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주유소가 불이익을 입었다고 보기 어렵고 사후 정산이 공정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며 “정유사의 사후 정산 관행은 불공정거래 행위가 아니다”고 최근 판결했다. 대법원은 또 “에쓰오일은 다른 정유사의 가격 동향 등을 살펴 경쟁사보다 높지 않은 가격으로 최종 가격을 결정했고 정산가격을 할증한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라고 지적했다.

정유사들의 사후 정산 문제는 일부 주유소들이 부당한 거래 관행이라며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불거졌다. 공정위는 ‘거래상 지위 남용으로 불이익 제공 행위에 해당한다’며 시정명령을 내렸고 SK에너지와 GS칼텍스 등은 이를 수용했지만, 에쓰오일은 ‘사후 정산이 아니라 사후 할인’이라며 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과 상관없이 주유소들은 사후 정산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유불리를 떠나 가격을 모르고 제품을 구입한다는 점 자체가 문제”라며 “정부에 사후 정산 문제를 개선해달라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한국자영주유소연합회도 “사후 정산은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라며 국무총리실에 민원을 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