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의심' 받자 외국인 6600억 투매
삼성전자LG전자 주가가 외국인의 대량 매도로 속절없이 무너졌다.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특허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희소식에도 불구, 7일 JP모건의 부정적 보고서가 나오며 급락했다.

이날 이건희 삼성 회장은 신경영선언 20주년을 맞아 ‘창조경영’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지만,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삼성전자가 아직 진정한 혁신기업으로서의 역량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밝혀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갤럭시S4 등 스마트폰사업에 대한 시장 기대치에서 일부 거품이 빠지면 주가가 다시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JP모건 한마디에 삼성전자 폭락

삼성전자 '의심' 받자 외국인 6600억 투매
삼성전자는 9만4000원(6.18%) 떨어진 142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낙폭으로는 애플과의 특허소송에서 완패한 지난해 8월27일(7.45%) 이후 가장 크다. 장 초반부터 모건스탠리 크레디트스위스 등 외국계 창구로 매물이 쏟아졌다. 외국인이 팔아치운 금액(순매도액)만 6622억원에 달한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순매도 금액(9319억원)의 70%를 넘는 규모다.

외국인 매도가 정보기술(IT)주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삼성전기(-5.37%) LG전자(-2.19%) LG디스플레이(-1.93%) 등이 동반 하락했다. 이 영향으로 코스피지수는 1923.85로 35.34포인트(1.80%) 밀려 한 달 반 만에 1930선을 밑돌았다. 코스닥지수 역시 IT 부품주들의 약세로 13.34포인트(2.43%) 하락한 535.75로 마감됐다.

JP모건은 이날 “유럽과 한국 내 판매 부진으로 갤럭시S4의 3분기 출하량이 당초 예상치인 3500만대에 크게 못 미치는 2300만대에 그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2분기 예상 영업이익도 시장 평균치(10조6070억원)를 크게 밑도는 9조7250억원으로 깎아내렸다. 지난 3월 210만원으로 올렸던 목표주가는 두 달여 만에 다시 190만원으로 낮췄다.

○JP모건은 정작 안 팔아

전문가들은 갤럭시S4에 대한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점에서 큰 이견은 없다. 다만 ‘애플 트라우마(큰 사고 뒤에 겪는 정신적 외상)’를 가진 외국인들이 영향력이 큰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에 지나치게 반응했다는 지적이다.

송종호 KDB대우증권 IT 팀장은 “갤럭시S4의 출하가 다소 부진해도 노트3 등의 출시가 빨라지면서 부족분을 채워줄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주가수익비율(PER) 7.5배는 바닥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애플과의 특허전쟁에서 판정승을 거둔 데다, 2분기 영업이익도 10조원대를 달성할 것으로 보여 오히려 박스권 돌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 증권사 IT 담당 애널리스트는 “JP모건이 하반기 주가가 오를때 목표주가를 높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목표주가를 조정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실제 이날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놓은 것과 달리 외국계 순매도 창구에 JP모건은 없었다.

○LG전자 외국인 공매도 늘어

LG전자도 스마트폰사업의 수익성 악화 우려로 몸살을 앓고 있다. 1분기 실적 발표 직전인 지난 4월 9만400원으로 연중 최고가를 기록한 주가는 이날 2.19% 하락하며 7만5900원으로 내려앉았다. 지난달 중순 이후 기관과 외국인 매물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최근 대차잔액이 크게 늘어 외국인들의 공매도 규모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이 포함된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 사업본부의 영업이익률이 1분기에 정점(4.1%)을 찍은 뒤 2분기부터 3%대로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렸다”고 말했다.

조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예정된 ‘옵티머스G2’ 출시 전까지는 크게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강지연/황정수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