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公 '태국판 4대강' 수주] 中 제친 한국 '4대강 기술력'…글로벌 물사업 주도권 '발판'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태국의 통합 물관리 사업 수주전에서 전체 발주 물량의 절반이 넘는 공사(1630억바트·약 6조2000억원)를 거머쥔 것은 국내에서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며 쌓은 저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건설업계는 풀이했다.

최종 낙찰을 받게 될 경우 해외에서 수주한 역대 물 관리 사업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가 된다. 이로써 국내 건설업계는 해외 물 관리 사업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한 한국은 3년 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총 400억달러에 이르는 원전 건설 사업을 따낸 데 이어 이번에 다시 ‘대박’을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마지막 협상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돌발 변수가 나오지 않는 한 최종 낙찰자가 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수자원公 '태국판 4대강' 수주] 中 제친 한국 '4대강 기술력'…글로벌 물사업 주도권 '발판'
수자원공사가 맡게 될 사업은 태국 정부가 발주한 9개 부문의 물 사업에서 공사비 비중이 큰 방수로(홍수방지용 인공수로)·임시 저류지(빗물 저장소) 등 2개 부문이다. 방수로 공사는 전체 사업비의 53%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사업이다. 다른 사업에 비해 수익성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수주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는 후문이다. 중국과 태국 현지업체에 돌아간 댐 공사와 하천관리·제방공사 등은 토지 보상 민원이 우려되는 등 사업 추진이 쉽지 않아 처음부터 주력 부문에서 제외했다.

김규철 국토교통부 해외건설지원과장은 “수자원공사의 수주 희망 1순위가 방수로, 2순위가 통합물관리시스템·저류지·폴더(침수 방지용 둑) 공사 등이었다”며 “결과적으로 1, 2순위 사업을 모두 따내고 수주액도 전체의 절반을 넘는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수자원공사와 현대건설·GS건설·대우건설·대림산업·삼환기업 등 국내 건설사들은 2010년 태국 물 관리 개선 방안 협의 이후 3년간 사업 수주를 위해 전력을 쏟아왔다. 국내 건설사들이 4대강 사업을 통해 축적한 기술력을 태국 정부가 높이 평가해 이번 사업을 따낼 수 있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사업수주가 최종 확정되면 부문별 공사는 이들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달 19~20일 태국에서 개최된 제2차 아·태 물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태국 총리와 부총리를 면담하는 등 정부 차원의 수주 지원 활동을 전개했다.

현재 수자원공사가 최종 계약자가 되기까지는 가격 협상과 현지 가옥 보상문제 등의 협상 절차가 남아 있다. 앞으로 2~3일간 가격과 사업 조건에 대한 최종 협상을 벌이게 되며 최종 낙찰 결과는 오는 18일께 발표될 예정이다. 이한구 수자원공사 동남아사업단 사업기획팀장은 “수익성을 갖출 수 있도록 가격 협상에 최선을 다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락/이현일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