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0일 연 ‘노동문제 주요 현안과 해결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박동운 명예교수(가운데)의 사회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형준 노동정책본부장, 김대호 소장, 박명예교수, 박지순 교수, 오계택 부연구위원. 양병훈 기자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0일 연 ‘노동문제 주요 현안과 해결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박동운 명예교수(가운데)의 사회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형준 노동정책본부장, 김대호 소장, 박명예교수, 박지순 교수, 오계택 부연구위원. 양병훈 기자
일감을 받은 협력업체의 직원(사내하도급 근로자)과 일감을 맡긴 원청 기업은 계약관계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불법파견된 사내하도급 근로자는 원청 기업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규정한 파견근로자보호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바른사회시민회의(공동대표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10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연 ‘노동문제 주요 현안과 해결 방안’ 토론회에서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하도급 근로자가 원청 기업과 근로계약을 맺는 것은 계약 자유 등 사적 자치 원칙에 어긋나 위헌 소지가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원청업체와 사내하도급 근로자는 애초에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장소적 동일성’만을 이유로 계약을 새로 맺도록 국가가 강제하는 것은 위헌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도급과 파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원청업체의 지휘·감독 여부’에 있다. 도급은 원청업체가 특정 업무 전체를 협력업체에 넘겨주고 그에 대한 비용을 협력업체에 지급한다는 개념이다. 따라서 근로자를 지휘하는 업체는 원청업체가 아니라 협력업체가 돼야 한다. 반면 파견은 협력업체가 근로자를 원청업체에 보내 원청업체 관리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 파견근로자보호법은 이런 파견근로가 가능한 업종을 32가지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원청업제와 협력업체가 도급 계약을 맺었지만 근로자가 일하는 장소가 원청업체의 공장 안에 있는 ‘사내하도급’이다. 사내하도급 근로자는 작업장 위치의 특성상 원청업체의 지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현행 파견근로자보호법 제6조의 2는 ‘도급 근로자가 원청업체의 지휘를 받았을 경우 불법파견이 되므로 원청업체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토론회에서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법도 제시됐다. 오계택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정규직은 임금과 고용 안정성 등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비정규직은 그렇지 못한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이 최근 노동시장 문제의 핵심”이라며 “근로자 간 파이를 나누는 게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한국은 정규직 고용 보호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2위”라며 “최근 노동문제가 사회의 주요 이슈인데 정치권이 정규직 과보호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노조 조직률이 10%인 상황에서 현대자동차 노조 등이 노동계를 대표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는 법안이 추진되는 것도 문제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형준 본부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균형적인 모습이나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하기보다 한국적인 특수성에 지나치게 매몰돼 노동시장의 팩트 분석을 도외시하고 아전인수 격으로 문제를 진단한다”고 꼬집었다.

통상임금과 관련, 박지순 교수는 “노동계가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정부를 타깃으로 투쟁을 벌일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주도해서 일방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노·사·정이 규칙을 만드는 대타협의 절차를 밟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