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1일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고려대에서 강연을 가진 후 KB금융그룹 본사로 자리를 옮겼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과 동북아시아의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논의를 갖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로저스 회장은 한국과 북한의 합병이 수년 내 이뤄질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내비쳤고 구체적인 근거와 시나리오를 최초로 밝혔다. 또한 통합 한국은 미래 경제에서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경제를 리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로저스 회장과 어 회장의 대담은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의 사회로 KB금융지주 회장실에서 진행됐다.
['전설적 투자가' 짐 로저스 2박3일 동행 취재] 아베노믹스 실패…남북 관계 호전될 듯
허원순 논설위원 : 한국에 여러 번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방문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짐 로저스 회장 : 한국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이 많지만 늘 관심을 갖고 있다. 북한에도 한번 가 봤다. 처음 한국에 방문했을 때는 다소 폐쇄적이고 방어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훨씬 개방적이고 국제화된 한국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외국인인 나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할 수 없었고 외국에서 쓰던 휴대전화가 터지지도 않았다. 한국 내에서 외국인이 더 자유로울 수 있도록 외부 세계에 더 개방적이었으면 한다.

허 위원 : 최근 기사에서 일본 주식을 처분했다고 밝혔다. 사실인가. 이유는 무엇인가.

로저스 회장 : 2년 전 동일본 지진이 났을 때 나는 일본 기업의 주식을 매입했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무제한으로 엔화를 찍어내겠다는 말에 지금이 매도 적기라고 생각하고 2주 전에 대부분 팔았다. 상승장이 곧 끝날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이번 주일지 이번 달일지는 알 수 없지만 반드시 곧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일본의 주가는 앞으로 심각한 변동세를 보일 것이다. 그리고 고령화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가운데 물가가 폭등하게 된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술을 마신 것처럼 지금은 기분이 좋고 즐길 수 있겠지만 곧 숙취 때문에 머리가 아파올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일본을 망치고 있다.

어윤대 회장 : 로저스 회장의 이번 결정과 설명에 충분히 공감한다. 일본 주식시장은 약간의 상승세를 보이더니 최근 7% 급락에 이어 또다시 5% 하락했다. 정부가 시중에 돈을 풀어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면 어느 나라가 하지 않겠는가. 나는 지금 아베의 돈 풀기가 1~2년 후에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을 가져와 일본인들에게 부담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마찬가지로 통화량을 늘려온 유럽연합(EU)과 미국도 역시 즉각적인 충격을 받을 것이다. 일본은 20년간 경기 침체를 겪으며 침몰하는 배라고 할 수 있다. 진정으로 이 배를 구하고 싶다면 일시적인 통화량 조절이 아닌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허 위원 : 로저스 회장이 최근 북한 금화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저스 회장 : 내 생각으로는 한국과 북한이 5년 내에 합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북한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희망적으로 보고 방법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인으로서 북한에 직접 투자하기 쉽지 않고 북한에는 주식시장이 없다. 그래서 북한의 금화와 은화를 매입하기로 했다. 금,은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적고 북한이 사라진다면 금화,은화는 희귀성 때문에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것이다.

통합 한국은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중국과 접경하고 있는 지리적 조건, 7000만 명의 인구 파워, 한국의 풍부한 자본과 고급 인재,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광물자원의 결합은 막강한 경제력으로 나타날 것이다. 일본을 비롯해 어떤 나라도 경쟁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어 회장 : 나 역시 3년 안에 남북 관계가 급격히 호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경제가 파산 혹은 붕괴하면서 남북 관계가 반전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최근 중국이 대북 지원 태도를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저스 회장: 북한에선 최근 외부 세계의 물품들이 활발하게 암거래되고 있다. 주로 북한 중산층이 한국의 DVD와 잡지 등을 보고 여러 외국 제품을 소비하고 있다. 현재 암거래 시장은 상당히 커지고 있어 점점 더 경제 개방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미얀마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중국의 경제 지원을 받던 미얀마는 암거래 시장이 활성화되다가 결국 경제 개방에 이르렀다. 또한 더 중요한 것은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교육을 받아 외부 세계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북한 장성급도 상하이,모스크바,베이징을 방문하면서 공산 세계의 변화를 실제 보고 느꼈다. 모든 상황을 종합할 때 북한의 변화가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1984년 동,서독의 통일이 임박했다는 의견이 나왔을 때 모두가 미친 소리라고 했다. 1988년에도 아무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해 결국 1990년 갑자기 통일이 이뤄졌다.
['전설적 투자가' 짐 로저스 2박3일 동행 취재] 아베노믹스 실패…남북 관계 호전될 듯
허 위원 : 중국의 미래와 역할, 위안화의 방향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로저스 회장 : 중국은 지난 30년간 가장 성공적인 경제성장을 이뤄 냈다. 그러나 최근 경기가 둔화가 시작됐다. 중국 제품의 수입국인 미국,유럽,일본이 모두 경기가 침체돼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미국과 비교할 때 차이점이 있다. 미국도 20세기 들어 큰 폭의 경제성장을 이뤘다. 그리고 당시 인권 문제, 위법행위, 거품 경제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1907년 미국 전역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저항이 있었다. 그 덕분에 그 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강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중국은 현재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중국인도 스스로의 문제를 잘 알고 있다. 중국은 경제성장만 했을 뿐 정치적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이제 성장이 둔화되고 경기 불황이 지속될 때 여러 문제들이 더욱 불거져 나올 것이다.

어 회장 : 조지 소로스와 아직 연락을 주고받는가.

로저스 회장 : 아주 오래전에 연락이 끊어졌다. 한때 매우 가까웠지만 지금은 서로 각자의 길을 가느라 바쁘다. 연락한 지 수십 년이 됐다.

어 회장 : 또 다른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장기 투자를 선호했고 로저스 회장은 단기 투자에 능숙했다. 두 사람의 투자 철학의 차이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점을 배울 수 있는가.

로저스 회장 : 투자할 때 명심해야 할 점은 누구의 의견에도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 내 이야기를 들어서도 안 되고 경제신문이 말하는 것을 모두 믿어서도 곤란하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것에 집중하고 소신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버핏은 자기가 아는 분야에 집중했고 나 역시 내가 해박한 분야에 투자했다. 내가 투자에서 실패한 때는 모두 낯선 부문에 손을 뻗었을 때였다. 투자 실패를 경험하고 돈을 잃으면서 시장은 내게 이런 교훈을 남겨 줬다.

사회 허원순 한국경제 논설위원, 정리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